“사회주의도 아니고 정부가 시장에 과하게 개입하고 있다. 수사의뢰를 한다고 하던데 조합원 3800여명을 다 고발할거냐”
“10년 동안 조합장은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뭘 했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최대 재개발사업지 조합장이라면 사전에 건설사들의 불법홍보 행위들에 대한 규제를 했어야 하지 않나”
한남3구역 조합원들의 불만섞인 목소리가 28일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비공개 정기총회의 장외를 가득 메꾸었다. 앞서 한남3구역은 재개발 조합의 과도한 대안설계안 도입 강행과 입찰 건설사들의 무리한 수주 경쟁 등으로 정부의 경고를 받았다.
정기총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만을 표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60대)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경제 개입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그는 “입찰 제안서는 그동안 없었던 것들이 아니라 재개발·재건축사업을 한다고 하면 늘 나왔던 조건들이다. 견적일 뿐 실현 가능성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며 “실효성 판단은 조합이 판단할 일이다. 건설사가 조합하고 입찰공고내고 들어와서 입찰했는데, 그것부터 위법 여지가 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가 사회주의가 아니지 않은가. 서울시나 국토부 땅도 아니고 조합이 자유 재산을 가지고 정당하게 입찰하는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범죄자도 아니고 수사의뢰를 왜 하나. 그럼 조합원 3800여명을 다 고발할거냐”고 토로했다.
조합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본인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속해 있다고 소개한 한 조합원은 “현 조합장이 10년 이상 그 자리에서 뭘 했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재개발사업장의 조합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일이 터질 때까지 몰라서야 되겠느냐”며 “건설사가 불법홍보를 자행해 왔는데 조합장이라면 서울시와 국토부를 왔다 갔다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합에서 불법홍보 단속반을 운영했었다. 42일 동안 10명 인원을 일당 15만원씩 주면서 사용했다”며 “예컨대 그 사람들이 사무실 앉아서 신문사에 전화만 했어도 건설사들의 불법홍보 기사를 내릴 수 있었다. 그런 거 하나 안하고 일 터지니까 국토부랑 서울시가 잘못했다고 하니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조합 관계자는 “분영가상한제 직격탄을 맞은 것도 솔직히 GS건설이 구체적인 분양가를 제시해서 그런 거 아닌가. 그럼 막았어야 한다. 조합에서 일은 하나도 안하고 사업 진행만 빨리 해야 한다고 거짓말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상 오늘 정기총회는 일종의 쇼다. 미리 아웃소싱을 주고 과반수 이상 표를 얻어놓은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가장 큰 단점은 조합장의 힘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표를 조사할 때 모르는 사람은 알바들이 하라는 대로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남3구역 조합은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의 입찰을 무효로 처리할 지, 정부가 지적한 위반 사항을 개선한 설계안으로 입찰을 진행할 지 등에 대한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만약 조합이 입찰 무효를 결정한다면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4500억원 가량의 보증금이 조합에 물리게 된다. 당초 예정됐던 3사 합동설명회는 정부 개입으로 입찰 무효 안건이 새로 상정됨에 따라 연기됐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