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약속은 지켰다. 이제 하나 남았다.
유상철 감독이 이끄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30일 오후 3시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경남 FC와의 38라운드 최종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경남에 승점 1점 차로 앞선 인천은 또 한 번 잔류를 확정지었다.
잔류가 확정된 뒤 유 감독은 필드로 뛰어나와 선수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경기장을 찾은 1000여 명에 가까운 인천 원정 팬들도 함성을 지르며 선수단에게 축하를 건넸다.
이윽고 인천 서포터즈는 걸개 하나를 내걸었다. 남은 약속 하나를 더 지켜달라는 유 감독을 향한 간곡한 부탁이 새겨진 걸개였다.
유 감독은 올 시즌 팬들에게 두 가지 약속을 했다. 인천을 반드시 1부 리그에 잔류시키는 것과 췌장암을 이겨내고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유 감독은 현재 투병 중이다. 휴식이 절실한 상황인데도 책임감 하나로 지휘봉을 놓지 않았다. 유 감독의 의지에 선수단도 똘똘 뭉쳤다. 결국 지난 24일 상무와의 홈경기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두며 1부 잔류 가능성을 높였다. 유 감독 부임 후 홈에서 거둔 첫 승이라 더욱 값진 결과였다. 쏟아지는 빗물 속에서 유 감독과 선수단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당시 유 감독은 “팬들의 응원이 많은 힘이 되고 있다.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내가 보답하는 것은 지금처럼 그라운드에 서서 같이 호흡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완쾌하는 게 내가 받은 격려와 응원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잘 이겨내서 치료받고 빠르게 회복해서 다시 운동장에 설 수 있도록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 약속은 지켰다. 유 감독과 선수단은 승리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섰고 경남의 파상공세를 이겨내고 잔류를 확정지었다. 유 감독은 경기 종료 뒤 “선수들이 부담이 커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잔류를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들이 오늘과 같은 결과를 낫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기뻐했다.
그는 팬들과의 두 번째 약속을 잊지 않고 있었다.
유 감독은 “인천이라는 팀이 몇 시즌 동안 계속 잔류 경쟁을 반복하고 있다. 다음 시즌에는 반복되지 않게 잘 준비해야 될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스텝들도 준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선 다음 시즌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그는 “모르겠다. 어떤 결과가 나오고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나 또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의지력을 갖고 힘들더라도 이겨내겠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창원ㅣ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