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낮은 겨울에 혈관과 근육이 더 수축하기 때문에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특히 술자리가 빈번한 연말연시에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가 ‘치질’이다.
‘치질’은 흔히 부끄러운 병이라고 생각하는데 흔하게 발병하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치질로 병원에 내원한 환자 중 절반 이상이 겨울이었다. 겨울철에 치질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항문의 혈관 조직이 여타 혈관 질환과 마찬가지로 기온이 낮을 때 취약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항문 주위의 모세혈관은 낮은 기온에서 수출하면 혈액순환 장애가 생긴다. 또 알코올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데 잦은 음주로 혈관 확장이 반복되면 항문 조직이 부풀어 올라 항문 질환 증상이 심해진다. 따라서 평소 변비가 있거나 치질 증세가 있는 사람이라면 겨울철 항문 건강에 더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치질은 항문에서 생기는 병을 통칭하는 말로 크게 치핵·치열·치루로 나뉜다. 이 중 가장 흔한 치핵은 항문관 안 점막에 덩어리가 생기는 것으로 항문관 위쪽 점막에 문제가 생기는 내치핵과 아래쪽 점막에 문제가 생기는 외치핵으로 나뉜다. 딱딱한 대변이나 지속적으로 변을 보기 위해 반복적으로 항문에 힘을 주는 것이 주원인이다.
치열은 항문 입구에서 항문 내부에 이르는 부위가 찢어지는 것이다. 보통 굳은 변을 배출하면서 항문 점막이 손상돼 생긴다. 배변 후 휴지에 피가 묻고, 변을 볼 때 찢어지는 느낌의 약한 통증이 있다. 치열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될 수 있는데 만성화된 치열은 수술이 필요하다. 치루는 항문이나 직장 주위 고름이 터지면서 항문 안쪽에서 바깥쪽 피부 사이에 작은 통로가 생겨 분비물이 나오는 것으로 항문 주위의 피부 자극과 불편감, 통증이 동반되고 대부분 수술이 필요하다.
치질은 배변 후 나타나는 출혈 증상 때문에 자칫 대장암으로 오인하거나 치질을 대장암과 연결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치질과 대장암은 별개의 질환이다. 다만 혈변 및 하복부 불편감, 통증 등이 대장암 징후와 비슷해 헷갈릴 수 있는 만큼 증상만으로 병을 예단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밀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병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종양외과센터장은 “치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배변을 원활하고 부드럽게 배출할 수 있도록 물과 과일 및 채소 등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며 “변을 볼 때 스마트폰이나 책을 보면서 배변 시간을 5분 이상 늘리는 것은 피하고, 과도하게 힘을 주는 습관도 금물이다. 틈틈이 좌욕하거나 항문 주위를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