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강화와 세금부담 확대가 담긴 정부의 고강도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놓고 업계와 학계, 당국 간의 의견차가 국회에서 강하게 부딪혔다. 정책당국은 “자기가 살 집이 아니라면 내놓으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반면 민간에서는 “시장은 규제로만 가기엔 한계가 있다” “다주택자는 적폐가 아니다” “공급 부족은 도심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김현아·박성중 의원(자유한국당)은 1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진단 토론회’를 개최했다. 집권 3년차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부동산 시장의 합리적인 방향과 해법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기조발제는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3기 신도시, 분양가상한제 등 지금까지 발표된 문재인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을 짚어보고 투기수요 억제 차단과 주택거래활성화 등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교수가 토론회 좌장을 맡고 국토교통부 이명섭 주택정책과장,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 국토연구원 이수욱 본부장, 도시와경제 송승현 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양도세 완화…“10년 너무 길어”=토론은 시종일관 업계와 학계, 그리고 당국 간 대립각으로 점철됐다. 토론의 시작은 전날 발표됐던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대한 얘기로 막을 올렸다.
전날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 종합 대책을 발표함으로써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인상하는 등 다주택자들을 압박했다. 또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경우 내년 6월까지 양도소득세 중과 적용을 면제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는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파는 경우 양도세를 완화시켜 다주택자들에게 출구를 마련해줬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10년 지난 오래된 재고주택을 원치 않는다”며 “젊은 세대들에게 중고주택만 줘야하는 의문이 있다. 5년, 3년, 2년 식으로 시간을 더 완화해서 시장에게 선택권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년이 너무 길다. 거래량을 늘리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재고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고,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것에 대해선 동의한다”면서 “다만 10년 재고주택 물량이 많지 않을 거라 본다. 지난 2013년 이후 주택거래가 많이 이뤄진 만큼 5년 정도만 해도 괜찮을 거라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토교통부 측은 거래가 늘고 시장가격 안정화에 긍정적인 기능을 할 거라 내다봤다.
이수욱 국토연구원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는 출범할 때부터 다주택자 등과 같이 투기시장에서 가격을 상승시키는 자들을 규제하고, 저소득층이나 서민들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하겠다는 방향성을 견지하고 있다”며 “어제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정책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일시적으로 양도세를 완화한 부분은 그들이 빠져나갈 길을 터준 부분이기 때문에, 시장까지도 고려한 긍정적인 부분이라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명섭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해당 대책의 시행 이유는 불로소득에 대한 인정이 아니라 시장에 매물이 급격히 줄고 있어 정상적으로 가격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일정 부분 매물이 돌아야 한다는 판단 하에 시행하게 됐다”며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10년 정도 보유한 사람들이라면, 그분들은 퇴로를 보장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가 줄 거라는 우려가 있지만, 국토부 측에선 내년 6월까지 거래 매물들이 상당부분 추가될 거라 본다”고 주장했다.
◇“대출은 죄악 아냐”=대출 제한에 대한 부분도 거론됐다. 전날 발표로 인해 이제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세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집값을 기준으로 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최근 부동산 시장이 요동침에 따라 수요 억제를 위해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놓은 것이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대출이란 게 죄악은 아니다. 한국 사회는 대출을 통해 과거부터 집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9억과 15억을 대출금지 금액으로 제시했다. 그 금액 아래는 대출 끼고 집사는 건 괜찮지만 이상 넘어가면 100% 현금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지금까지 한국 사회 문화 관습에 선을 그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집을 몇 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집을 카운팅 해서 투기세력이라고 보긴 어렵다”라며 “평가할 때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부분도 있어야 한다. 공공부문은 정성부분이 빠져있다. 반영하기 어렵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도 대출 차단에 대한 논란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었다. 다만 집이란 재화는 일반 소비재와 성격이 다른 만큼,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여러 채를 보유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명섭 국토부 과장은 “무리한 애버리지로는 갭투자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게 정책 방향이다. 또 가급적이면 보유한 만큼 합당한 세금을 내는 게 맞지 않느냐 하는 것”이라며 “어느 정부 들어서도 보유세 강화는 진전되어 왔다. 다만 거래세 부분이 어떻게 연동되어서 움직일 것이냐 하는 문제는 세재당국과 충분히 협의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말씀대로 대출을 통한 집 구매가 우리 삶의 모습이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대출규제가 과도하다고 한다”면서도 “일단 정부는 다주택자가 적폐라고 하지 않았다. 다만 집은 없어선 안 되는 재화인 만큼 자기가 살 집이 아니라면, 한 사람이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건 좋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사과는 안 먹고 싶으면 안 먹으면 되지만 집은 그런 대상이 아니다. 대출 문제도 비슷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자금만으로 금융지원 하는데 무주택자나 1주택 실수요자에게 우선 지원하는 게 맞다 본다”며 “다주택자가 추가 주택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보다 생산적인 분야로 혁신성장을 표방하는데 금융기관들이 노력했으면 한다. 정부 전체적인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공급부족은 도심 내에서 해결해야”=3기 신도시 등 공급과 관련한 내용도 토론의 주된 내용이었다. 실제 현장에는 3기 신도시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상당부분 참석하기도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2기 신도시 주민의 경우 비자발적으로 탈서울화를 했는데, 그 앞에 3기 신도시를 떨어트리니까 당황할 수밖에 없다”며 “공급 부족은 서울 안에서 해소해야 한다고 본다. 3기 신도시 취지는 좋지만 트렌드에 맞춰 그림을 잘 그렸으면 싶다. 청약열기도 높은 만큼 평수를 다양화한다든지 체급을 좀 더 다양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보고, 그에 맞춰 공급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토부 측은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사업 등을 정부가 안하고 있는 게 아니라 항변했다. 이명섭 국토부 과장은 “정부는 도심 내 개발을 억제하거나 중단하지 않고 있다. 현재 서울 전체 순수 재개발 및 재건축사업 단지는 32곳이고, 거기서 30만2000호가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착공 했거나 관리처분인가 이후 단지는 135개 단지, 13만5000호 규모로 진행이 되고 있다. 규모가 작다고 한다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서울시내 주택 367만호 중 30만2000호, 거의 10% 육박하는 사업이 도심 내에 진행 중인 것이다”라며 “이 사업들이 한꺼번에 진행되면, 전세뿐만 아니라 매매시장에까지 이주수요나 멸실이 많아져 큰 후유증이 예상되기 때문에 서울시와 함께 정책을 핸들링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