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변천사…조합 내부분열에 정부 불신 오기까지

[기획]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변천사…조합 내부분열에 정부 불신 오기까지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변천사…조합 내부분열에 정부 불신 오기까지

기사승인 2019-12-18 05:00:00

강북 최대 재개발 사업이라는 한남3구역은 지난 3개월 간 지속해서 세간의 집중을 받아왔다. 당초 순풍일 줄로만 알았던 사업은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 간의 과열 수주전으로 치달으면서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사실상의 반강제인 정부의 재입찰 권고를 받은 조합은 현재 재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사업이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남3구역 조합은 당국에 불만을 표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미 조합 내부에서는 상황을 이렇게 까지 만든 조합 집행부에 대한 반발로 분열이 일어나고 있으며, 김현아·박성중 의원(자유한국당)이 공동 주최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진단 토론회’ 등에 참석해 사업연기로 인한 재산권 침해 등에 대해 보상을 강력 촉구하고 있다.

◇9월 시작은 ‘순풍’=시작은 순조로웠다. 지난 9월 한남 제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현장 설명회에는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대우건설·SK건설 등 5개 대형건설사가 참여했다.

조합 측은 입찰보증금 25억원을 낸 이들 건설사에게 이달 말까지 단독 입찰 참여 이행 확약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 중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이 요청 기간 내에 동의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로써 3개사 간의 경쟁으로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111만205㎡에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동, 5816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는 공사비 1조8800억원을 포함해 7조원으로 올해 도시정비사업 최대 규모다.

당초 한남3구역은 저층 주거 밀집 지역에 분양가상한제, 층수 제한 등의 규제가 있어 사업성은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3구역의 수주권을 따냄으로써 향후 한남 2·4·5구역 수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은 관심을 내비쳤다.

◇건설사 입찰경쟁에 드리워진 ‘그림자’=순풍인 줄로만 알았던 사업은 건설사들의 과열경쟁으로 금세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출처가 불분명한 건설사들의 상호비방용 전단지가 알게 모르게 돌기 시작했다. 전단지에는 ‘재건축 사기극 현대건설! 묻지마 수주 대림산업!’ ‘GS건설이 주장하는 순부채비율의 진실’이라며 다른 건설사를 비방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건설사들은 이와 관련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던 중 GS건설이 가장 먼저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GS건설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설계제안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사실상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합원 및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에 돌입한 것이다. GS건설은 사업제안서에 ▲이주비 대출 LTV 90%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시 3.3㎡당 일반분양가 7200만원 보장 ▲상가 주변 시세 110% 보장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그리고 이에 질세라 다른 건설사들도 파격조건을 내걸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은 ▲이주비 대출 LTV 70% ▲상가 인테리어비용 5000만원 환급 ▲입주 후 분담금 1년 유예 등을, 대림산업은 ▲이주비 대출 LTV 100% ▲한강 조망권 최대 2566가구 확보 ▲공공임대 0가구 등을 제안했다.

건설사 간 경쟁이 과열되기 시작하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합동점검에 나섰다. 현장점검 결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 현행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20여건이 적발됐다. 이들이 지적한 사항은 건설사들의 입찰제안서 중 상당수가 도정법 제132조 ‘그 밖의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정부 재입찰 권고에 내부 분열까지=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조합 측에 시공사 재입찰을 권고하고, 3개 건설사에 대해서는 입찰 제안 내용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조합 측은 이를 두고 긴급 이사회, 정기총회를 잇따라 열며 ‘재입찰’과 기존 건설사들의 ‘수정안’을 논의했고, 결국 시와 국토부의 의견에 따라 ‘재입찰’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15일로 예정했던 시공사 선정 조합원 총회도 연기됐다.

이에 따라 조합은 입찰계획부터 다시 세운 뒤 입찰제안서를 작성해야 한다. 업계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사업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시공사 입찰 방안은 집행부 의견 수렴과 이사회, 대의원회의, 조합 총회를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업계는 재입찰을 하면 기존 입찰에 참여했던 3개 건설사들만 다시 참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당 건설사들이 그동안 사업에 들인 공이 크기 때문에 재입찰을 실시해도 새로운 건설사가 이들을 꺾고 수주하기는 어렵다”며 “또 한남3구역은 앞서 각종 논란들이 공론화된 사업지이기 때문에 그 큰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합 내 의견분열도 시작됐다. 조합 내 비상대책위원회는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되도록 조합장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 건설사들이 불법 홍보행위를 자행할 당시 불구경 하듯 바라보지만 말고, 서울시와 국토부를 오가며 조율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조합원들은 정부의 한남3구역 규제에 대해 “유독 한남3구역에 대해 과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17일 김현아·박성중 의원(자유한국당)이 공동 주최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진단 토론회’에서 “건설사들의 이주비 등은 다른 데서도 숱하게 나왔던 사안이다. 무상 지원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조합이 부담한다”며 “한남3구역에만 과하게 법을 적용하고 있다. 재입찰로 인한 조합원 재산권 침해는 어떻게 보상해 줄거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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