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과의 전쟁에서 제대로 된 승전보를 못내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직접 나섰다. 경실련은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으론 치솟는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라며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또 정부가 기업들의 부동산 소유 현황 등을 감시할 수 있는 자료를 감추고 있다며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도 강력 요구했다.
◇부동산 정책 부실, 대통령 면담 요청=경실련은 1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기세력이 보유한 부동산 보유 현황과 공시지가의 산정 근거 공개, 분양가 상한제 전면 확대 등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며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6개월 동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대한민국이 ‘불로소득 주도 성장’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5대 그룹 땅값, 23년간 61조↑=앞서 경실련은 현대차·롯데·삼성·에스케이(SK)·엘지(LG) 등 5대 그룹의 토지자산이 23년 동안 61조원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전날 ‘5대 재벌 소유 토지자산(땅값) 장부가액 변화’ 자료를 발표해 5대 그룹 토지자산 장부가액이 1995년 12조3000억원에서 2018년 73조2000억원으로 약 61조원 늘었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 부동산 투기와 몸집 불리기 등에 대해 소홀 또는 관대한 정책들로 인해, 재벌이 맘 놓고 부동산 투기와 토지자산 증식을 해왔다”며 “기업이 직접 기재하는 장부가액이 아닌 취득가 대비 시세로 환산했을 경우,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2018년 말 기준 토지자산이 가장 많은 그룹은 현대차로 24조7000억원이었으며 이어 롯데(17조9000억원), 삼성(14조원), 에스케이(10조4000억원), 엘지(6조2000억원) 순이었다. 1995년부터 2018년까지 토지자산 증가 폭도 현대차그룹이 22조500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롯데(16조5000억원), 삼성(10조3000억원), 에스케이(8조5000억원), 엘지(3조원) 순서다.
이런 땅값 상승은 이명박 정부 이후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이 분석한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2년 동안 5대 그룹의 땅값은 연간 1조원 가량 증가했지만, 이명박 정부 무렵인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1년 동안에는 연간 4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경실련은 “재벌의 부동산 투기 방지와 불로소득 환수장치가 부재하다 보니 본업에 주력하기보다 비생산적인 부동산 투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재벌의 땅 사 모으기는 아파트값 거품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중소상인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며 “특히 재벌들이 비업무용·비사업용 토지를 보유해도 정부가 외면하고 있고 감시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정부가 기업들의 막대한 부동산 소유 현황 등을 감시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에서 재벌개혁과 공정경제, 부동산 투기근절을 외치면서, 재벌의 부동산 보유현황 등 기초적인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원)에 대해서는 보유 부동산(토지 및 건물)에 대한 목록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일정 규모 이상 법인의 연도별 보유토지 및 비업무용 토지 현황 및 세금납부 실적 등을 상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