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당초 도입 취지와 너무나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도 최근 임대료가 저렴한 임대주택 물량을 기존 14%에서 최대 7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다가오는 2020년에는 청년들의 주거복지가 개선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취지 맞는 가구는 14% 불과=20일 SH공사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에서 공급된 역세권청년주택은 총 5개 지역에서 1894가구에 공급이 이뤄졌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광진구 구의동 ▲서대문구 충정로3가 ▲종로구 숭인동 ▲마포구 서교동 ▲성동구 용답동 등이다.
역세권청년주택은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교통이 편리한 도심 역세권 지역에 주변보다 저렴하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비싼 임대료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당초 청년가구 및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받는다는 사업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쿠키뉴스가 실제 통계를 내본 결과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 사업지별 공공임대와 민간임대 물량을 살펴보면 ▲구의동 공공 15가구, 민간 59가구 ▲충정로 공공 49가구, 민간 450가구 ▲숭인동 공공 31가구, 민간 207가구 ▲서교동 공공 162가구, 민간 751가구 ▲용답동 공공 22가구 민간 148가구 등이다. 전체 역세권 청년주택 1615가구 가운데, 14%에 해당하는 279가구만이 시세보다 저렴한 가구인 것. 나머지는 웬만한 월세보다 현저히 비싼 수준이다.
최근 입주자 모집공고가 끝난 합정역 바로 앞에 위치한 서교동 청년주택의 경우, 공공임대 162가구 월 임대료는 8만1000원부터 17만6000원 수준으로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하지만 나머지 민간임대 751가구는 임대보증금 비율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최소 36만원부터 85만원 수준으로, 같은 아파트라고 해도 가격차가 적게는 19만원에서 많게는 77만원까지 벌어짐을 알 수 있었다.
공공임대아파트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는 예전부터 불만이 거세다. 서교동 청년주택에 지원했다는 한 네티즌은 “공공임대는 공급수량이 적어도 너무 적다. 혹시 몰라 민간도 넣어봤는데 작은 평수에 월 임대료가 보증금 최대로 높여도 36만원이라니 말이 안 된다”며 토로했다. 이어 “이게 정말 공공성이 있는지 의심해봐야 할 임대조건”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이름만 청년을 위한 주택이지 민간을 더 많이 뽑으면서, 또 좁은데 비싸다. 공공 비중을 더 늘려야 하지 않나 싶다”며 “누구를 위한 역세권 주택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 서울시는 최근 ‘역세권청년주택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임대료가 저렴한 임대주택 물량을 기존 14%에서 최대 70%까지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공공임대물량 확보 ‘미지수’=시는 이같은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 ‘SH공사 선매입형’과 ‘일부 분양형’을 도입하기로 했다. SH 선매입형은 민간사업자가 원하는 경우 총 주택 연면적의 30%까지 SH가 미리 매입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주변 시세의 30% 이하 임대료로 공급하는 물량이 전체의 20%(공공 20%), 주변 시세의 50% 이하 임대료로 공급하는 물량이 50%(선매입 30%+특별공급 20%)로, 전체 물량의 70%가 시세의 반값 이하로 공급될 수 있다.
일부 분양형은 주택 연면적의 최대 30%까지 분양을 허용하되 총 주택물량의 40%(기존 공공주택 20%+민간특별공급물량 20%)를 주변 시세 대비 반값 이하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사업자는 초기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사업여건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다만 방안은 아직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고, 실행된다고 하더라도 민간 사업자에게 강요할 수 없는 만큼 실제 공공임대 물량이 늘어날 지는 미지수다. 국고보조가 이뤄질지도 알 수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싸다는 지적이 있어 와서 이같은 방안을 발표한 것”이라면서도 “민간사업인 만큼 그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이 약속됐는지 그 여부에 대해선 “아직 협의 전이지만 공공사업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국고보조를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