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을 납부한 피고인을 석방하는 보석제도는 부유층에 대한 특혜일까.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에 보석을 청구했다. 보석이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법원에 보증금을 내고 조건부 석방되는 제도다. 정 교수 측은 피고인의 건강이 악화했다는 점, 피고인의 자기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보석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의 보석 신청 소식이 알려지자 보석보증금(보석금)에 대한 대중적 반감에 불이 붙었다. 인터넷상에서는 ‘돈만 있으면 죄를 지어도 편하게 재판받을 수 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정 교수에게 초고액 보석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구속기소 된 유명인들이 억대 보석금을 납부하고 풀려난 사례는 흔하다. 지난해 이경수 경남도지사는 2억,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억,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3억의 보석금을 내고 구속상태에서 벗어났다. 이에 보석금은 부자들의 구속 회피 통로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보석이 부유층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인식은 오해다. 보석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보석금 또한 피고인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부과된다. 형사소송법 제99조에 따르면 재판부는 피고인의 능력으로 이행할 수 없는 보석금과 보석 조건을 제시할 수 없다. 재판부는 개별 피고인의 범죄 내용, 죄질, 경제력 등을 고려해 보석금을 산정한다. 유사한 사건의 피고인들도 각각 다른 수준의 보석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피고인이 보석금을 실제로 납부하는 경우도 드물다. 법원에 보석금 대신 보험증권을 제출하고 석방되는 보석보증금보험제도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영세한 피고인도 보석 신청을 고려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다. 민간보험사는 피고인의 보석금 대납을 약속하는 보석보험증권을 발행한다. 피고인이 이 증권을 법원에 제출하면 보석이 이뤄진다. 피고인이 사실상 부담하는 금액은 보험사 수수료뿐이다. 이 전 대통령은 석방되면서 서울보증보험에 보석금 10억의 1%에 해당하는 수수료 1000만원을 냈다.
재판이 종료된 뒤 피고인은 보석금을 모두 돌려받는다.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보석금 반환이 이뤄진다. 법원은 구속 중인 피고인에게 보석을 허가할 때 보석금 액수와 함께 보석 조건을 부가한다. 피고인이 보석 상태에서 보석 조건을 어겼다면 위반 수준에 따라 보석금이 삭감된다. 피고인이 도주나 증거인멸을 시도해 보석이 취소된다면 보석금이 전액 몰수될 수 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