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여객기, 이란이 피격"…이란 "기체결함 사고"

美 "우크라 여객기, 이란이 피격"…이란 "기체결함 사고"

기사승인 2020-01-10 10:05:29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을 두고 미국과 이란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군 당국은 우크라이나항공 보잉737-800 여객기가 지난 8일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됐다고 파악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미국이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여객기 추락은)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의 실수였을 것”이라며 “의심을 갖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여객기 사고는 기계적 결함 때문이라는 이란 정부의 발표를 사실상 부정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CNN방송도 미국 군 당국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SA-15 두 발에 의해 격추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분석가들은 이란의 미사일 관련 레이더 신호 자료를 발견한 뒤, 하루 동안 검증 작업을 거쳐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고 CNN은 전했다. 폭스뉴스도 여객기 추락사고는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의한 우발적 피격으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 당국자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객기 피격은) 완전한 비극”이라며 “그들(이란)이 다 망쳐버렸다”고 비판했다.

미국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의 군 레이더는 미사일이 발사하기 전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추적하고 있었다. 여객기는 미사일 2발의 신호가 감지됐을 때 이미 이륙한 상태였고, 여객기 부근에서 폭발이 발생해 기체에 불이 붙은 채 추락했다. 이란이 미사일을 실수로 발사해 여객기가 격추됐다는 것이 미국 정보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이번 사고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캐나다 정부도 피격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추락한 여객기 탑승자 176명 가운데 63명이 이란계 캐나다인으로 파악됐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수도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캐나다 자체 정보당국과 동맹국들로부터 다수의 정보를 확보했다”면서 “정보들은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가 “고의는 아니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도 이란 미사일에 의한 피격으로 여객기가 추락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에 따르면 알렉세이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이란의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토르'에 피격당했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이란 정부는 여객기가 기체결함으로 추락했다는 입장이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측 주장을 담은) 모든 보도들은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이라며 “이번 추락 사고로 자국민이 희생된 나라들이 사고 조사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사고 여객기의 제조사인 보잉도 블랙박스 조사 과정에 참여할 대표를 파견하라”고 촉구했다. 

압바스 무사위 이란 외교부 대변인도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비극적인 사고로 국민을 잃은 나라들이 사고 조사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무사위 대변인은 “캐나다 총리를 비롯해 이번 사고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모든 정부들은 소지하고 있는 사고 관련 정보를 이란의 사고조사위원회에 넘겨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8일 오전 6시12분 테헤란에서 출발해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향하던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B737-800 여객기가 이륙 3분 뒤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모두 숨졌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힌 국적별 사망자는 이란 82명, 캐나다 63명, 우크라이나 11명, 스웨덴 10명, 아프가니스탄 4명, 영국과 독일 각 3명이다.

서방 언론과 인터넷상에서는 사고 원인으로 이란에 의한 격추설과 오폭설이 제기됐다. 사고가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 주둔지 공격과 비슷한 시기에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란은 해당 여객기가 엔진 결함에 의한 화재로 추락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 사고 현장에서 회수한 블랙박스 2개를 미국 측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추락 원인 조사에 (이란의) 완전한 협력을 요구한다”고 촉구하며 날을 세웠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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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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