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100만명. 지난 20세기 ‘메트로폴리스(거대도시)’를 가늠하는 기준이다. 10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는 국가 또는 지역 내에서 정치·경제·문화의 중심 역할을 했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21세기, 회원 100만 이상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막강한 ‘화력’을 뽐냈다.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거나 정보를 끝없이 생산, 공유했다.
온라인에서도 시간은 흘렀다. 커뮤니티는 현실 세계보다 더 빠르게 붕괴됐다. 과거 수백만 회원을 보유했지만 현재 방문자, 게시글도 없는 ‘유령도시’도 다수다. 2000년대 초중반을 풍미했던 ‘다음 카페’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현실 세계의 흐름을 따르지 못한 것은 커뮤니티 붕괴의 이유가 됐다. 기술의 발전, 법령의 변화 등을 좇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 ‘장미가족의 태그교실’ 회원은 285만명에 달했다. 지난 4월 기준, 경상북도(265만명)의 인구를 뛰어넘는 수치다. 해당 카페는 게시글에 사진을 넣거나 글자색 등을 변경하기 위한 ‘HTML 태그’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게시판 기능이 발달하면서 태그를 쓰지 않아도 사진을 올리고 글을 꾸미는 일이 가능해졌다. 현재 회원은 100만명으로 줄었다. 11일 기준, 하루 게시글은 6개에 불과하다. 사실상 찾는 이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후 카페는 ‘포토샵 전문’으로 방향성을 변경했으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이 발달하며 비전문가가 포토샵을 사용하는 일도 줄었다.
한때 회원으로 활동했던 조모(33)씨는 “개발 환경이 다양해졌다. 카페나 블로그의 편집기 자체가 발달하며 태그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됐다”며 “자연스레 장미가족의 태그교실을 찾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 영상을 공유하던 카페도 저작권 관련 처벌이 시행되고 의식이 상승하며 회원 활동이 줄었다. ‘▶영화마을◀(플래시+애니+태그+엽기+유머)’과 ‘영화감상실’ 등에서는 과거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이 불법으로 공유됐다. 당시 디지털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저작권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불법 영화 파일이 공유되는 공간을 신고하는 ‘영파라치(영화+파파라치)’제도도 운영됐다. 지난 2005년 9월 기준, 194만명의 회원을 보유했던 ▶영화마을◀(플래시+애니+태그+엽기+유머)은 유머사이트 등으로 기능하다 중고나라 사이트로 변경됐다. 회원수 52만에 달하던 영화감상실은 사라졌다.
소비되던 콘텐츠의 인기가 시들해지며 회원수가 줄어든 곳도 있다. 2000년대 초반 다음 카페를 중심으로 이른바 ‘인터넷 소설’이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 소설 작가 ‘귀여니’ 팬카페의 회원은 100만명에 육박했다. ‘인터넷소설닷컴’의 회원도 90만명에 달했다. 두 카페의 회원수는 현재 각각 30만명, 40만명으로 줄었다. 신규 회원 유입은 거의 전무하다.
과거 10대의 지지를 받았던 인터넷 소설은 문학 장르를 파괴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묘사 대신 이모티콘(^-^, -_-^, -0-)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지탄이다. 대표 주자였던 귀여니 작가는 지난 2004년 ‘내 남자친구에게’라는 소설을 발표하며 이모티콘을 기존보다 현저히 줄였다. 묘사가 늘었지만 인터넷 소설이 가졌던 특성은 반감됐다. 인터넷 소설은 터전을 카페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옮겼다. 커뮤니티 기반에서 벗어나 ‘웹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유료화에 성공했다.
커뮤니티의 흥망성쇠는 현실과 일부 연계됐다. 기술이 발전하며 HTML 태그 정보 공유는 자취를 감췄다. 저작권 위반 처벌이 강조되자 영화 불법 공유는 와해됐다. 오프라인 세대의 비판은 인터넷 소설 속 이모티콘은 사라지게 하는 데 영향을 줬다. 정보 공유의 필요성이 낮아지고 해당 공간에 모일 이유가 사라지면서 수백만에 달하던 회원들이 발길을 끊게 된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형 커뮤니티가 유령도시화 된 것에 대해 “온라인은 관계를 맺기 쉽지만 끊기도 쉽다”며 “오프라인에서만큼 끈끈하지 않다. 가입을 했더라도 활동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에는 카페 같은 커뮤니티 활동보다 유튜브 등으로 온라인 활동이 변화되고 있다”며 “기존에는 컴퓨터로 접속했던 커뮤니티 활동이 많았지만 SNS 등 모바일 기반으로 온라인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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