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인턴 기자 =아프간 산부인과 병동 습격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은 아이들을 향해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도움을 주는 사람들 중에는 갓난아이를 키우는 산모들도 많다.
지난 12일 카불 서쪽의 다시트-에-바르치 병원의 신생아, 산모, 간호사 등 24명이 무장괴한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괴한들은 이 병원 산부인과에 진입해 수류탄을 터트리고 총을 난사했다. 16명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18명의 신생아들은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었다.
BBC는 카불 병원 테러로 남겨진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자원한 아프가니스탄 정신과 의사 피루자 오마르의 사연을 소개했다.
피루자는 생후 4개월 된 남자아이의 엄마이다. 그는 “사건을 들었을 때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을지 상상이 갔다”고 말했다.
피루자는 남편에게 갓난아기를 맡기고 구조된 여성과 어린이 100명을 돕기 위해 아타튀르크 아동병원을 향했다. 병원은 그의 집과 불과 2km 떨어진 곳에 위치했지만 곳곳에 테러로 인한 충격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테러의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피루자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그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20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이 중 일부는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피루자는 “의료진들이 분유를 먹이려 했으나 일부 아기들이 이를 거부했다”며 “간호사들과 이야기해 많이 우는 아이에게는 젖을 먹이기로 했다. 첫날 밤, 네 명의 아기에게 모유를 먹였고 차츰 진정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에도 집과 병원을 오가며 이 활동을 지속했다. 나에게도 진정효과를 주는 일이었다”며 “그들을 도울 수 있어 행복했다”고 밝혔다.
피루자는 이 경험담을 SNS 공유하며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이에 모유수유가 가능한 엄마들은 병원에 모여들어 갓난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또 기저귀와 분유를 사기 위한 모금운동도 시작됐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난 40년간 잔학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테러는 산모와 갓난아기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많은 신생아들이 치료 후 퇴원하고 있지만 도시에는 폭력의 굴레가 남아있다. 피루자는 이 고통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덧붙여 “엄마의 품에 안겨있어야 할 아이들이 이 병원에선 낯선 사람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탄식했다.
한편 피루자의 페이스북 피드 상에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지지를 선언하는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피루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카불 사건에 대한 협력에 감사하다”며 “평등을 호소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목소리가 전 세계를 울리고 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또 기저귀와 분유 물품 지원이 갓난아이들을 위한 패키지가 병원에 배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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