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수능을 한 달 연기하고 오는 2021학년도 대학 개강을 한 달 늦추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9월 신학년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현 틀에서 한 달까지는 수능을 연기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코로나19 위기의 유동성이 남았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 4월1일에 개강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수능이 미뤄지면 대학의 입시 일정과 학사일정도 영향을 받게 된다. 수능 연기와 함께 2021년 대학의 개강 날짜도 한 달 미루자는 주장이다.
조 교육감은 1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수능 재연기 및 대학 개강 연기에 대해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심각해지면 정책적으로 선택해야 할 지점들이 있다.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재차 언급했다.
2021학년도 수능은 오는 12월3일로 예정돼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늦어지며 기존 11월19일에서 2주 연기됐다. 지난 1993년 수능시험 도입 이후 4번째 연기다.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인해 미뤄진 것은 지난 2017년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이후 두 번째 사례다. 수능 전날 지진이 발생해 시험이 일주일 연기됐다. 당시 모든 수시 및 정시 전형 일정도 일주일씩 뒤로 밀렸다.
조 교육감의 주장처럼 수능과 대학 개강을 모두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개학이 늦춰진 상황에서 고등학교 3학년의 학사 일정이 제대로 소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등교 수업은 5월 중순으로 밀렸다. 이에 따라 학교별 중간·기말고사와 한국교육평가원 주관 모의고사, 수행평가, 비교과 활동 등을 몰아치듯 준비할 수밖에 없다. 수시 학생부 마감일이 오는 8월31일에서 오는 9월16일로 미뤄졌지만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가 모든 학생에게 확대 적용됐기에 벅차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재확산 될 우려도 있다. 지난 2월과 같은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면 등교를 정지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학사 일정이 잠시 중단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다만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 고등교육법상 학교의 학년도는 3월1일부터 다음 연도 2월 말일까지로 정해져 있다. 행정편의로 개강 날짜를 옮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은 입학연도의 1년10개월 전에 미리 공표하도록 정해져 있다. 대학입시의 기본 사항은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못 했다. 당장 2021년 개강을 늦추기에는 현실적인 준비가 부족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2021년 개강 연기와 관련해 논의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에서도 “내부적으로 이야기 나오는 것이 없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수능 추가 연기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 교육감의 발언 목적이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추가 연기는 없을 것”이라며 “지난 3월31일 온라인 개학과 각 대학의 학사일정 등 제반요소를 고려해 수능을 2주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능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현재 학생들이 변경된 수능 시험일에 맞춰 준비를 하고 있다”며 “예정된 날짜를 다시 미루는 것은 힘들다”고 설명했다.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박태현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