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이별통보’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경기 군포경찰서는 지난 2일 살인 혐의로 A씨(26)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달 31일 전 여자친구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자 격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소에 알고 있던 B씨의 집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B씨의 아버지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제주에서는 이별 통보에 분노해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찌른 50대 남성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지난 2월에는 한 남성이 이별을 통보한 전 여자친구를 살해, 마대자루에 시신을 넣어 경인 아라뱃길에 유기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기준으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8명이다. 미수에 그친 범죄를 포함하면 피해자는 196명에 달한다. 이 중 58건(29.6%)의 범행동기는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건 가해자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로 조사됐다. 피해자 중 37명은 가해자의 살해행위 이전 스토킹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의 가족 등 주변인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도 있다. 살해한 경우는 11건, 살인미수에 그친 것은 22건이다.
해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스토킹처벌법’의 입법을 해결방안으로 꼽았다. 스토킹은 특정인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하거나 연락하는 행위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주는 것을 뜻한다. 스토킹 피해자는 가해자의 지속적인 연락 등으로 인해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 그러나 현행법상 스토킹은 ‘경범죄’ 항목인 ‘지속적인 괴롭힘’에 해당한다.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처벌에 그친다. 지난 1999년부터 스토킹을 범죄로 처벌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20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현재의 처벌은 수위가 너무 낮다. 형량을 올려 자유가 박탈될 수 있다는 경고가 필요하다”면서 “이와 함께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의 확립도 이뤄져야 한다. 스토킹 가해자가 재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교화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스토킹이라는 행위를 그동안 범죄가 아닌 범죄 예비단계로 인식해왔기에 제대로 된 제정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회에서 수십 년간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여성폭력 범죄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는 통계시스템의 구축과 ‘가정의 평화와 안정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목적 조항도 수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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