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반환소송’·‘집단 커닝’ 코로나19 여파에 흔들리는 상아탑

‘등록금 반환소송’·‘집단 커닝’ 코로나19 여파에 흔들리는 상아탑

기사승인 2020-06-06 06:40:00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진리의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위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대학 측의 부실한 학사운영을 질타하며 등록금 반환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단체 ‘2030 정치공동체 청년하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등록금 반환! 대학생 국회 앞 10시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필리버스터는 의회에서 의사 진행을 저지하기 위한 장시간 연설을 뜻한다. 최근에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장시간 연설하는 것을 지칭하기도 한다.  

이날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온라인 강의의 내용이 부실하다고 토로했다. 춘천교육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소현씨는 “대학 측에서 온라인 강의 수업 질이 낮은 교수에 대한 관리를 하지 않는다”며 “핸드폰으로 급하게 찍은 듯한 영상이 올라오거나 과제로 대체되는 수업이 너무 많다. 교재만 올린 후 독학하라는 교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십여 년 전에 만들어진 영상이나 PPT 자료가 올라온다는 비판도 나왔다. 고려대학교에서는 한 교수가 지난 2004년 녹화한 강의 영상을 재사용해 논란이 됐다. 

온라인 강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는 언급도 있었다. 코로나대학생119에서 활동 중인 조슬기씨는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되는 실시간 강의에 외부인이 무단으로 들어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댓글을 달았다. 1시간15분 수업이 30~40분 동영상으로만 마무리되기도 했다”며 “시스템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마땅히 누려야 할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대면 강의가 이뤄지지 못한 만큼 등록금을 반환·감면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달 13일 전국 18세 성인 6984명을 대상을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응답률 7.2%)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75.1%가 ‘대학등록금을 반환·감면 해야한다’고 밝혔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더 높았다. 전국 27개 대학 총학생회 연대단체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지난 4월21일 대학 재학생 2만178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9.2%가 ‘상반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직접 행동에 나선 대학생들도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대학과 교육부 측에 등록금 반환을 위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현재까지 1400여명의 학생들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해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1학기 강의가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됨에 따라 학생과 대학이 맺었던 기존 계약 관계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며 “지난 2018년 수원대학교 학생들이 시설 이용을 하지 못하고 수업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 것에 대해 등록금 반환 소송을 진행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대학 온라인 시험 과정에서 ‘집단부정행위’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본질은 부실한 학사운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인하대학교와 서강대학교, 건국대학교에서 일부 학생들이 그룹으로 모여 시험을 보거나 대리시험을 치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중간고사를 치렀으나 일부 학생들이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학교는 책임이 없을까. 한 학생은 인하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커닝 행위는 잘못됐지만 무조건적인 비난보다 왜 80% 이상의 학생이 그런 행위를 했는지 알고 비판하면 좋겠다”는 글을 게재했다. 학생에 따르면 커닝 논란이 발생한 인하대 의과대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수업이 휴강됐다. 휴강이 이어지던 중 정형외과 관련 과목을 맡은 교수가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확인하겠다”며 이틀 뒤 시험을 통보했다. 학생은 “시험 범위는 PPT 약 2000페이지 분량이었다”며 이틀 동안 2000페이지를 공부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항의에도 대학 측은 시험을 강행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부정행위 논란을 막고자 ‘대면 시험’을 공지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생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서울대총학생회 대행기구인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는 5일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학생들이 기말고사 대면 실시를 우려하고 있다”며 “시험 응시를 위한 이동 과정에서 감염 위험이 있다. 감염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에 어려움이 따르며 자가격리자는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대학 측이 코로나19 관련 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온라인 강의 규정을 이번 기회에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온라인 강의 제도와 규정, 방안 등을 대학이 연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해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 등록금 환불이 어렵다면 장학금 형태의 보상도 논의해봐야 한다”며 “등록금 반환 요구는 학교 재정 운영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다. 학교 당국이 재정 운영에 대한 세부 내역을 학생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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