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지급과 고용보험 도입을 두고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사회적 안전망’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8일 자신의 SNS에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정책으로 역사상 처음 공급 아닌 수요를 보강한 이번 재난기본소득의 경제효과를 우리는 눈으로 확인했다”며 “전 국민 20~30만원의 소멸성 지역화폐 지원을 연 1~2회 정기적으로 실시하면 어떤 기존 경제정책보다 경제효과가 클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지난 6일에도 자신의 SNS에 기본소득 정책과 관련 “국민과 나라를 위해 필요하고 좋은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몰아 비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부당한 포퓰리즘 몰이에 굴복하는 것도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여당과 정부에서도 기본소득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분석됐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공개 토론도 제안했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무조건 지급하는 소득을 뜻한다. 코로나19 이후 지급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3일 경기연구원 ‘BC카드 매출 데이터를 활용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효과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재난기본소득 가맹점의 매출이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시작된 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 매출을 100%로 가정한 경우, 재난기본소득 지급이 시작된 15주차(4월6일~12일) 매출은 118.2%로 확인됐다. 17주차(4월20일~26일) 140%, 20주차(5월11일~17일) 149%로 집계됐다. 야당인 미래통합당(통합당)에서도 기본소득을 새로운 정책으로 준비 중이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며 “전에 없던 비상한 각오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은 아직 팽팽하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5일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8.6%가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위해 찬성한다’고 밝혔다.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고 세금이 늘어 반대한다’는 응답은 42.8%, ‘잘 모른다’ 8.6%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전 국민 고용보험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으로 제시되고 있다. 고용보험은 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사회보험이다. 근로자가 실직한 경우, 생활안정을 위해 일정기간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지난 1998년 10월부터 1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 및 사업장에 적용됐다. 다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문화·예술인, 청년실업자, 임시·일용직 노동자 등은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가 아니다.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44.9%에 그친다. 정규직 노동자(87.2%) 가입률에 비해 매우 낮다.
코로나19에 경제가 흔들리며 모든 국민에게 고용보험이 의무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재난과 위기는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에게 가장 먼저 찾아오기 마련이다. 마땅히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에게 더 큰 지원과 도움을 주어야 한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심각한 소득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자의 82%가 고용보험 미가입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 국민 기본소득의 경우 24조원으로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게 똑같이 월 5만원씩 지급한다”며 “전 국민 고용보험의 경우 같은 예산으로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씩 지급할 수 있다. 무엇이 더 정의로운 일이냐”고 반문했다.
박 시장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5월 취임 3주년 연설에서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단체에서도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기본소득의 재원을 어디에서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서는 증세가 필수적이다. 국민에게 월 50만원씩 지급할 경우, 1년 예산은 310조6800억원에 달한다.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정부 1년 예산의 절반 이상이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2020년도 정부의 예산안은 513조 규모다.
고용보험기금도 적립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5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1조162억원에 달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추가경정예산이 도입되지 않고 오는 12월까지 코로나19 고용타격이 이어진다면 실업급여 계정의 적립금이 1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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