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지 않고 정부와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부지에 주택을 지어 실수요자에게 공급하는 방향으로 주택 공급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에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태릉골프장이 유력한 부지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번 [알경]에서는 태릉골프장이 주택공급 정책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과거 어떤 이유로 무산됐는지 등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태릉골프장? 국방부?=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는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서 보존하되 국가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부지를 주택 부지로 활용하자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중 주택 부지 후보로써 태릉골프장이 언급된 것이죠.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태릉골프장은 지난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조성된 18홀 규모의 골프장입니다. 당초 1966년 11월 9홀 규모로 개장했지만, 2년 뒤인 1970년 10월 정규 18홀로 확장했습니다. 정식 명칭은 태릉체력단련장이며 국군복지단이 관리 중에 있습니다. 육군사관학교 부지와 인접해 있기도 합니다.
현재 태릉골프장의 총규모는 약 25만평에 달하며, 업계에서는 이 부지에 2만 가구 이상의 주택 조성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육사를 타 지역으로 옮기고 골프장 건너편 옛 태릉선수촌 부지까지 활용된다면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옛 선수촌은 문정왕후(조선 중종 왕비)의 무덤인 태릉과 명종의 무덤인 강릉의 문화재 복원을 위해 폐쇄된 만큼 문화재 보호의 목적을 고려한다면 옛 선수촌 부지는 개발될 가능성이 적어 보입니다.
◇부지활용 언급이 이전에도?=태릉골프장 부지를 주택공급 부지로 활용하자는 논의는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가깝게는 지난 2018년도 골프장을 택지로 조성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서울시 및 국방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당시 서울시는 “태릉골프장도 그린벨트”라는 이유로 반대했습니다. 또 참여정부 시절에도 해당 골프장에 대한 이전 논의가 있었습니다. 육사 이전 시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도 3~4곳이나 됩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에는 좀 다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태릉골프장을 직접 언급한데다, 당초 그린벨트 해제까지 검토하던 정부가 ‘그린벨트는 보존해야 한다’는 서울시 입장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이기 때문에 2018년처럼 서울시가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평입니다.
이같은 대통령의 발언에 태릉골프장의 소유권자인 국방부도 태릉골프장 부지에 대한 공공주택 공급 문제와 관련해 관계부처,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하겠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사실상 태릉골프장의 목적을 주택 부지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동의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환경단체 등 반대여론 여전=하지만 부지 활용을 하기 위해선 서울시 말고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우선 택지 조성을 통과시키기 이전에 반대 여론에 대한 의견 조율이 필요해보입니다.
환경단체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태릉골프장은 그린벨트인 만큼 주택공급을 위한 부지로써의 활용에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시 역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선 안 된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태릉 골프장의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입니다.
환경운동연합과 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발제한구역 해제 논란에 앞장서 온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개발제한구역 제도의 장기적 비전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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