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7월 31일부터 시행됐다. 1981년 제정된 이후 39년 만의 개혁이다. 임차인에게 1회 계약갱신요구권을 주고 임대료는 5% 이하로 인상할 수 있다는 게 핵심 골자다. 하지만 임대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전세의 월세화’ ‘전월세 가격 폭등’ 등과 같은 괴담이 언론사를 비롯해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들려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을 통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거짓인지, 추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얘기를 들어봤다.
1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윤호중, 박홍근, 백혜련, 박상혁)·정의당(심상정)·열린민주당(김진애) 공동주최로 ‘임대차3법 개정 의의와 과제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사회자로는 김남근 변호사(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공동대표)가, 토론자로는 최지희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임성택 법무부 범무심의관실 서기관, 박태진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 사무관, 김중헌 서울시 주택정책과 팀장이 나섰다.
◇전월세 괴담에 대해 묻는다!
임대시장에 전세 사라지고 월세만 있을 거다?
▶이강훈 변호사=‘전세냐 월세냐’는 식의, 선악문제처럼 다뤄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점은 임차인들에게 있어서 해당 금액에 대한 부담이 가능한지, 적정한 수준인지다. 아무리 전세라고 해도 보증금이 높으면 임차인들 입장은 곤란해질 것이다.
과거 정부 때부터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전세의 월세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부 언론 등에서는 전세가 월세로 급격히 전환된다고 예측하고 있지만, 임대인이 갑자기 큰 자금을 동원해 보증금 반환해서 월세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기엔 어렵다.
또 보증금 없는 월세가 증가한다는 기사도 과장되어 있다. 현재 경제 사정을 고려할 때 향후 임대료를 올릴 때 보증금은 큰 변동이 없고 월세를 일부 증가시키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전월세 전환으로 인한 현재 전세 임차인들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그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임차인들의 실질적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
전월세상한제 5%, 오히려 정부가 그만큼 올리라고 가이드라인 정해준 거 아닌가?
▶김남근 변호사=5%까지 올리라고 한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상한선인 만큼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상해서 정해야 하는 거다. 하지만 쉽지 않을 거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임대차신고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임대차신고제의 목적은 임대료 정보를 잘 모아서 임차인들에게 전달해주는 것이다. 표준임대료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정확히는 비교임대료다. 각 지역마다의 보편적 임대료 수준을 가지고 임대차인이 서로 협상해야 한다.
◇보완돼야 할 점은?
“전월세신고제 도입돼야”
▶김중헌 서울시 주택정책과 팀장=현재 전월세상한제와 갱신청구권이 먼저 도입됐지만, 이상적으로는 전월세신고제가 먼저 도입돼 통계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래야 구체적으로 상한제 5%가 적정한지 등에 대한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선 높은 보증금 등을 위주로 책정되지 순수 월세 등 작은 금액에 대해선 통계 확인이 어렵다.
“전세의 월세화 속도 늦춰야”
▶이강훈 변호사=전세의 월세화 속도를 늦추고 제한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보증금·월세전환율을 시중 금리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이 필요하다. 이는 계약갱신 과정에서 임대인이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유인을 낮출 것이다.
전월세전환율 하향 조정과 동시에 임대인의 대출 시 총부채상환비율(DSR) 산정에 전월세보증금반환채무도 포함시켜 임대인이 과도한 대출은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금융기관의 대출위험 관리, 갭투자 예방 및 매매 시 전월세 전환 압력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DSR을 두는 이유는 부채를 합산해 대출 위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출한도를 관리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임대인이 주택을 전세나 반전세로 임대하는 경우 주택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는 규모가 커서 대출 위험관리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 산정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 부담 느낀 다주택자들이 대출상환을 위해 주택 매각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법 개정에 대한 적극적 홍보 필요”
▶임성택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서기관=제도에 대한 홍보가 중요해 보인다. 국토부와 개정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한 해설서를 준비 중에 있다. 이를 토대로 현장 설명 및 상담을 통해 변화된 제도에 대해 본인의 권리에 대해 잘 알게끔 도움 드릴 예정이다.
▶박태진 국토부 주택정책과 사무관=법률에 대한 해설서 및 상담창구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다. 8월 중 마련 예정이다. 현재 임대차 시장에서 법률상담이 많고 이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분쟁조정위원회가 현재 6곳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LH나 감정원 등에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수도권 및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을 중심으로 시법 운영할 계획이다.
▶김남근 변호사=8월에 전월세 계약이 끝나는 분들이 상담을 많이들 온다. 집주인이 10% 올리자고 하자고 하는데 이를 합의해야 하나 등의 조언을 구한다. 이런 디테일한 문제들이 아직 많다. 이에 대한 해설서를 만들어서 배포하는 등 이런 부분이 빨리 이뤄질 필요가 있다.
“임차인 계약상 지위를 강화해야”
▶이강훈 변호사=전세가 줄어들까봐 전전긍긍하는 임차인들의 심리적 불안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왜 전세가 줄어드는 걸 불안해하나? 바로 월세가 전세보다 비싼 거주형태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월세 들어가면 저축도 어려워지고 전세탈출도 힘들어질 거라는 전세 거주자의 불안감이다.
그중 가장 큰 원인으로는 보증금전환율이 있다. 전월세전환율이 시장 금리보다 더 높기 때문에 임대인이 저금리 상황에서 높은 전환율을 선택해 월세로 바꾸면 임차인으로서 은행 대출이자보다 더 높은 월세를 내야 하는데 불만이 있는 거다. 그러나 월세 전환요구를 받았을 때 만약 대출이자와 같은 월세를 내는 조건이라면 월세를 나쁜 조건이라고 볼 이유가 없어진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임차인이 임대료로 부담하는 총액이 소득의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부담 가능성의 문제가 생긴다.그래서 전월세전환율로만 봐서는 임차인들의 불만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 제도가 바뀐다고 임차인이 부담하는 임대료가 줄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임차인의 계약상 지위를 강화시켜줘야 한다. 전월세전환율을 낮추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다.
“부처 간 구조적 문제 개선해야”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결과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 마지막 분쟁은 법원에서 결정하게끔 돼 있다. 법사위 소관이 될 수밖에 없는 건 확실해 보인다. 근데 문제는 법무부에서 이 부분에 관심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종부세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재위에서 담당하지만 기재부에서 한 번이라도 먼저 종부세 인상에 대해 나선 적이 없다. 부동산 세제는 중요하지만 신경을 안쓴다. 종부세나 재산세 등은 전체 세수에서 얼마 안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부도 결국 부동산 정책의 총괄은 기재위라서 그런지 지원만 하는 정도에 그친다. 최근 국토부에서는 많은 인력이 교통 쪽으로 가있다. 돈이 넘쳐나고 해야할 일이 많아서 그렇다. 반대로 주택정책은 열심히 해도 티가 안 나서 그런지 좋은 사람도 안가고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성공 구조의 문제도 주택정책이 자리 잡지 못한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주택정책에 대한 답은 모르겠다. 다만 후속조치 얘기하면서 주택청을 아예 설립하는 게 어떨지 의견을 내고 있다. 이에 대한 얘기는 참여정부 때 처음 나왔는데, 그 때 문제의식이 주택을 짓지만 말고 복지차원 서비스로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엔 복지부에 설치해야한다고 얘기가 나왔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꼭 그래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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