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진수·조현지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상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일 북한은 정권수립 72주년 기념일(9·9절)을 맞았다. 그러나 기념일은 별도의 경축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북한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주년(5년,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가 아닐뿐더러 태풍 ‘마이삭’의 피해로 전역이 수해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정권수립 70주년)과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당시 9·9절은 김 위원장을 비롯한 당·정·군 고위 인사, 해외 축사 사절 등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로 진행됐다.
이날 김 위원장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어 의문이 남는다. 정권수립을 기념해 이뤄진 ‘열사릉’ 참배에도 김 위원장을 제외한 북한 간부들만이 나섰다. 다만 김 위원장은 9·9절 전날 오전 군사위확대 회의를 소집하고 태풍 9호(마이삭) 피해 복구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도적으로 김 위원장의 ‘권위 깎아내리기’ 시도가 포착되는 것도 의문점으로 꼽힌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가 오는 15일 발간 예정인 신간 ‘격노’에서는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센터장이 김 위원장에게 농담을 건내는 상황이 서술됐다.
당시 김 위원장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고 이에 김 센터장은 “담배는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우드워드는 이같은 발언에 김영철과 김여정 제1부부장은 얼어붙어 ‘거의 마비된 것 같은’ 상태가 됐다고 전했다. 북한의 지도자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용납이 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만남을 이어갈 때도 김 제 1부부장은 김 위원장을 ‘위대한 지도자’, ‘최고 영도자’ 등으로 호칭하면서 ‘선’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고 우드워드는 설명했다. 일련의 상황을 보면 북한이 최고 권력자인 김 위원장을 대하는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엄격한 위계를 바탕으로 절대 통치자에 걸맞는 대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 인물이 김정은 위원장 앞에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엄격한 위계가 존재하는 북한 내에서 최고 지도자인 김 위원장에게 ‘무례한’ 태도로 읽힐 수 있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이에 북한에서 김 위원장에게 ‘권위가 떨어진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전략에 돌입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앞서 북한 내부에서 김 위원장의 권력을 김 제1부부장에게 일부 이양 중이라는 발표가 나온 바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정원에서) 위임통치라는 말이 나왔다. 김여정이 (북한) 국정 전반에 있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 다만 북한 내 후계자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서 김 위워장이 ‘통치 불능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이 신정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1인 영도자의 지도력이 ‘위임’ 된다는 말이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김 위원장이 병상에 누운 ‘통치 불능 상태’로 판단된다는 관계자의 의견이 나온다.
한편 북한이 최근 공개한 사진의 ‘조작’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우드워드와 한 통화에서 “북한이 코로나19로 호되게 당하는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따르면 북한에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공개된 사진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주변인이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다수의 사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들이 포착됐다. 이에 북한이 과거 자료 사진을 활용해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인 것처럼 꾸미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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