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독일 수도 베를린 도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10일도 안 돼 철거 위기에 몰렸다.
지난달 말 베를린 미테구(區) 거리에 설치된 소녀상은 많은 시민의 관심을 받았다. 꽃, 화분, 그림 등을 놓고 갔고 심지어 일본 정부 관련 사무실에 근무하는 시민이 찾아와 꽃을 두고 가기도 햇다.
베를린 소녀상은 독일에서 처음으로 공공장소에 설치됐다. 승인 절차는 까다로웠다. 동상을 세우기 위해서는 작품의 예술성이 확보돼야 하고, 사회적 의미도 담아야 한다. 지역주민의 의사도 반영된다. 지역주민이 반대하면 불가능하기도 하다.
현지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가 지난해부터 설립을 추진한 끝에 지난 7월 관청에서 승인을 받았다. 소녀상 설립 추진 과정에서 계획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보안에 신경썼다. 자칫 일본대사관이 알게 될 경우 방해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일본대사관은 독일 내 소녀상 전시 및 설치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해당 관청 및 시설 측을 상대로 압박을 해왔다. 실제 여러 전시가 무산됐고, 사유지 공원에 세워진 독일 내 첫 소녀상의 경우는 비문을 떼는 조건으로 겨우 유지됐다.
그러나 일본 측의 반발은 예상보다 더욱 거셌다. 보통 일본 정부는 해외의 소녀상 전시 및 설치 과정에서 현지 대사관 및 영사관을 동원해 방해를 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관방장관에 이어 외무상까지 나서 독일 정부에 철거 요구를 했다.
이에 미테구청은 제막식 9일만인 지난 7일 코리아협의회에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 공문을 보냈다. 오는 14일까지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에 들어가고, 이에 대한 비용을 코리아협의회에 청구하겠다고 했다.
슈테펜 폰 다쎌 미테구청장은 8일 보도자료에서 소녀상의 비문이 “한일 양국의 정치적으로 복잡한 갈등에 기반해 있고 독일에서 이를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미테구에는 관대하고 개방적이고 평화롭고, 존중하는 태도로 서로를 대하는 100개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이런 단합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역사적 갈등에서 한쪽 편을 드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아협의회는 물론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테 구청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는 한편,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 여부도 모색할 계획이다. 기자회견과 집회 등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직원도 적고 자금력이 약한 상황에서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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