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념사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미래 사회에 공헌하는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의 기반을 구축하자"고 당부했는데, 이는 지난해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 이 부회장이 밝힌 '100년 기업'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이에 삼성이 창립 51주년 기념식을 통해 '이재용 시대'가 열렸음을 대내외에 공식 선포한 것으로 재계 안팎은 풀이했다.
지난 2일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51주년은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 고동진 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진과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창립기념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참석자를 최소화하는 등 간소하게 치렀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기념식에서 내놓을 메시지에 주목했지만, 이 부회장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에는 임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창립 50주년 때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앞장설 것"을 약속하며 삼성전자의 100년 기업 전략으로 '신성장동력 확보'와 '협력과 상생' 투트랙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4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한 그의 말을 들여다보면 윤곽이 잘 드러나 있다.
이 부회장은 당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세계최고를 향한 도전을 멈추게 하지 않은 힘"이라며 "(이것이)저의 개인적인 믿음"이라고 했다. 또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서도 상생과 협력 그리고 건전한 생태계 등을 언급하며 미래 투자와 함께 상생협력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다.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씨앗을 뿌리고 고 이건희 회장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면, 이 부회장은 앞으로 50년은 사회와 함께 하는 전략을 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는 김 부회장이 기념사에서 언급한 '미래사회에 공헌하는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의 핵심이자 이 부회장이 만들어갈 '뉴 삼성'을 대표하는 전략이다.
삼성은 그간 제품과 서비스 중심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었다면 지금은 상생과 사회공헌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이 발표하는 주요 투자계획마다 일자리창출과 상생·협력 등 내용을 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2014년 고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경영일선에 나선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사태'와 이로 인한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는 등 빅딜을 추진하며 핵심 사업에 집중했었다.
이랬던 삼성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 수단으로 활용되던 순환출자고리를 완전히 끊었고, 10년 넘게 이어온 '반도체 백혈병 분쟁'을 끝내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시작했다. 또 창업부터 이어진 '무노조'경영정책도 깨뜨렸다. 특히 사회적 화두인 일자리 문제에 대해선 신규 일자리 4만개 창출 약속을 하고 현재 초과 달성을 코앞에 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뉴 삼성' 행보는 꽃길보다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불법경영권 승계 혐의 등 두 개 재판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데다,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상속세 재원 마련, 이른바 '삼성생명법' 등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약화할 수 있는 변수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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