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통신·반도체의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음에도 '주력 3인방'의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SK하이닉스가 80%가까이를 책임질 정도로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올해 3분기 실적을 보면 고스란히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하이닉스·텔레콤 등 SK그룹의 주력 계열사 3개사의 연결기준으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조632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와 견줘 47.75% 증가했다. 그러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9%감소한 21조2788억원에 그쳤다.
이번에도 SK하이닉스이 단독 질주가 이어졌다. 올해 영업이익은 1조29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5% 증가했다. 영업이익뿐만 아니라 매출도 19% 올랐고 수익성 지표를 나타내는 영업이익률도 9%p 는 16%를 기록했다. 특히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019년 한해 거둬들인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앞서 2분기에도 영업이익 1조946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05.3% 늘어난 실적을 거둬들였다.
3분기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언택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 환경변화로 가전과 모바일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4분기 실적은 3분기 수준을 밑돌겠지만, 실적 상승 요인이 건재하다는게 증권가의 견해다. 키움증권은 "분기 실적 감소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서버 수요 둔화와 D램과 낸드 출하량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말 연초 모바일 중심의 수요 서프라이즈와 이에 따른 D램의 스폿(Spot)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룹의 버팀목이었던 SK텔레콤이 이번 3분기 미디어와 보안, 커머스 등 3대 뉴 비즈 사업 호조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호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4조7308억원, 영업이익은 36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7%, 19.7% 늘었다.
하지만 우려는 남아있다. SK하이닉스는 '주력 3인방'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SK하이닉스를 뺀 나머지 두 개사의 영업이익을 끌어 모아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의 4분의 1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나빠지면 주력 3인방이 흔들릴 정도로 실적이 편중돼 있다.
SK하이닉스를 뺀 나머지 두 개 사만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로 감소했다. 매출은 13조1500억원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22.34%감소했고, 영업이익도 3326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6322억원과 견줘 47.39%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SK이노베이션의 적자탈출 신호는 긍정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회복세로 석유제 가격 상승과 석유제품과 윤활기유 판매 물량 증가로 매출액은 8조41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32.0% 감소했지만 전기보다는 16.9% 늘었다.
영업손실 폭도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 사상 최악의 1조775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분기에는 4397억원에 이어 3분기에는 289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여 흑자 전환을 눈앞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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