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을 구매하기 위해 지난 16일 서울 종로의 한 배스킨라빈스 매장에 들렀던 고객은 금방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갈 길이 멀어 최대 1시간이라는 포장 조건에 아이스크림을 구매하지 못했던 것이다.
국내 드라이아이스 유통 문제가 길어지자 식품유통사의 포장 차질도 장기화하고 있다. 국내 식품유통사들은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드라이아이스 줄이기 정책을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식품업계의 냉동 포장 문제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8월부터 시행한 포장 ‘최대 1시간 방침’을 시행 중이다. 배스킨라빈스 관계자는 “드라이아이스를 외부 업체로부터 공급받아 사용하다 보니 최근 드라이아이스 부족사태 영향을 비껴가지 못했다”면서 “공급이 안정될 때까지 부득이하게 포장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드라이아이스 수급 차질은 액체탄산 유통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공장에서 탄산 원료가 나오는 과정을 이지공정이라고 한다”며 “관련 설비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탄산이 발생하는데 가동률을 올리는 데에 한계가 있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이스크림 전문 브랜드 나뚜루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대 2~3시간 이동 가능하게 포장을 제공했던 나뚜루는 최근 1시간으로 이동시간을 줄였다.
드라이아이스 수급 차질에 아이스크림 전문 브랜드는 발만 동동 고르는 모양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산공급 사정에 따라 드라이아이스 수급량이 달라지는데, 최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포장, 배송량 증가까지 겹친 상황”이라며 “생산 업체가 생산할 수 없으니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쇼핑 증가로 이커머스 시장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지난 4일 통계청은 9월 온라인쇼핑 총 거래액이 14조7208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7%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고 증가율을 보였던 2018년 10월(30.7%)과 같다. 온라인쇼핑 거래액을 상품군별로 보면, 음·식료품(2조1783억원)이 76.8%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마켓컬리, SSG닷컴, 쿠팡 등 주요 e커머스 업계에선 소비자들이 식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배송해 주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주력으로 운영 중이다. 주문 상품에 신선식품이나 냉동식품이 포함되면 드라이아이스나 물을 얼린 보냉팩(아이스팩) 등을 동봉해야 한다.
보통 드라이아이스의 경우 제공사로부터 월간 단위로 전달받는데, 최근 들어선 평상시 대비 들어오는 물량이 모자란 상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드라이아이스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화이자 백신은 보관 온도가 영하 이하여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백신 이동을 위해 보온 기능이 있는 컨테이너에 초저온을 유지할 드라이아이스도 필요하다.
화학공장 사고도 드라이아이스 공급 차질에 영향을 미쳤는데, 문제는 내달 초 일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 롯데케미컬 공장 폭파 사고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탓도 있다”며 “롯데케미칼 설비 정비가 내달 초인것으로 알려졌다. 정비가 완료되면 수급 문제도 일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