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향후 몇 년 동안은 계속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인기 소년 만화가 연재 종료 위기에 처했다. 그것도 뒤숭숭한 잡음을 남긴 채, 최악의 결말로.
10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한창 일 때만 해도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토브리그에서 DRX 선수단의 거취가 뜨거운 감자가 되리라고 예상한 이는 몇 없었을 거다. 외부에서 바라본 DRX는 어느 팀보다 끈끈해보였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힘은 강하다. DRX는 LCK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지닌 팀이었다.
롤드컵이라는 꿈만 보고 역경을 뚫고 달리는 냉철하지만, 때때로 어수룩한 젊은 감독. 거액의 오퍼를 뿌리치고 감독과 함께 꿈을 이루고 싶어 기꺼이 달려온 미드라이너. ‘킨드레드’로만 유명했던 BJ에서 롤드컵 전장을 휘젓는 어엿한 프로선수로 성장한 정글러. 잠재력 하나만큼은 역대 최고로 평가받는 어린 서포터. 평가 절하된 탑 라이너. 역대 최고의 원거리 딜러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정작 롤드컵 정상엔 서지 못해, 타는 목마름에 시달리는 최고참 선수.
제각각의 사연, 개성을 지닌 선수들이 역경을 뚫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스토리는 소년 만화의 그것과 유사했다. 비록 이번 롤드컵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했지만 한층 더 성장한 그들을 향한 박수는 뜨거웠다. 롤드컵 우승이든, 그렇지 못하고 끝내 좌절하든 DRX의 꿈을 응원하겠다는 팬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제 2막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 소년 만화는 연재 종료 위기에 처했다.
김대호 감독, ‘표식’ 홍창현을 제외한 나머지 세 선수들이 팀을 나왔다. ‘도란’ 최현준은 KT 롤스터에, ‘데프트’ 김혁규와 ‘쵸비’ 정지훈은 한화생명e스포츠에 새둥지를 틀었다. 구체적으로 나열하긴 힘들지만, 프런트를 향한 선수단의 불만이 심했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당사자들의 충격도 상당했겠지만, 구독자들로선 상상도 못했던 최악의 결말을 마주하게 된 셈이다.
물론 이 또한 꿈을 향하는 과정 속에서 으레 만나는 역경 중 하나일 수도 있다. ‘팀 분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통과의례의 하나에 불과한 역경이 될지, 최악의 결말로 남을지는 김 감독과 표식에게 달렸다. 스토브리그의 어수선함 속에서도 DRX의 행보에 팬들의 초점이 맞춰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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