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협 국회정보위원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를 포함해 불법 사찰 규모가 문건으로는 약 20만건으로 추정된다”며 “사찰 대상자 수가 2만명이 넘지 않나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여·야 정치인과 자치단체장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문화예술계, 종교계 인사 등을 광범위하게 사찰해왔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조사 등을 통해 일부 사실로 밝혀졌다. 18대 국회의원 전체에 대한 개인 신상 정보 문건을 만들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대공 관련 범죄 혐의가 없는 사람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은 불법이다. 권력기관이 민간인을 사찰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불법 사찰의 경우, 피해 당사자는 피해를 입은 사실조차 인지하기 어렵다. 국정원 사찰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정보공개청구다. 국정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공개청구 신청을 받고 있다. 이름과 인적사항, 정보공개청구 내용 등을 입력해 신청하는 방식이다.
다만 정보공개의 문은 좁다. 시민사회단체 ‘내놔라내파일 시민행동’은 지난 2017년부터 국정원에 사찰정보 공개와 폐기를 촉구해왔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을 비롯해 900여명이 국정원에 본인들의 사찰 관련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다. 국정원은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이의신청도 기각했다.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정보의 분석을 목적으로 수집하거나 작성한 정보’이기에 정보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한 법적투쟁이 시작됐다. 곽 전 교육감 등은 정보공개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불법 사찰한 정보를 피해자들에게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정원은 같은달 13일 “‘사찰성 정보 공개청구’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24일 내놔라내파일 시민행동에 따르면 국정원은 곽 교육감을 포함해 총 16명의 정보공개청구에 응했다. 나머지 청구인에 대한 답변은 받지 못했다.
국정원은 정보공개청구에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청구인에게 청구하는 문건의 제목을 정확히 특정하라고 요구하거나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공개 처분을 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내부 문건을 본 것이 아닌 이상, 청구인은 국정원에서 만든 문건의 제목을 알 수 없다.
내놔라내파일 시민행동 법률팀장인 김남주 변호사는 “막연하게 사찰이 의심된다고 청구를 하면 국정원에서 ‘특정이 되지 않는다’며 보완요구 또는 거부 통지를 할 것”이라며 “국정원 개혁위원회 활동을 통해 밝혀졌던 내용이나 판결문에 적시된 정보 등을 명확히 특정하지 않으면 정보공개가 거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자기가 피해 당사자인지도 모른다. 문건 제목을 특정하기도 어렵다”며 “국정원에 (문건이 저장된) 서버가 구축돼 있다. 제목 또는 본문에 정보공개 청구 대상의 이름이 포함된 문건 중 국가안보 관련 적법한 직무수행을 빼고 모두 공개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보다 적극적인 정보공개도 촉구됐다. 참여연대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국정원 스스로 60년의 흑역사를 반성한다면 당사자의 정보공개청구가 없더라도 선제적으로 개개인에게 사찰한 정보가 무엇인지 공개해야 한다”며 “정보공개에 제약이 있다면 특별법을 제정해 새로운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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