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의 '농촌 유토피아' 사업은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부응, 도시의 집중화 문제와 농촌지역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및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농촌지역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주거·일자리·생활 SOC 관련 패키지 사업을 통해 농촌지역 생활서비스의 질을 높이며, 일자리 창출을 통해 농촌 활성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사업이 바로 농촌 유토피아다.
농촌 유토피아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함양군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폐교 위기의 초등학교는 학생수가 늘어나면서 신바람 나는 학교로 변모하고, 인근의 중학교는 학생수 증가로 2개반이 늘어났다. 도시민들이 새롭게 이주하면서 시골마을 역시 생기를 되찾고 있다.
경남 함양군에서 시작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농촌유토피아 사업에 대해 알아보자.
▲ 함양 주거플랫폼 선도사업 입주기념행사
지난 2월 27일 '함양 주거플랫폼 선도사업 입주기념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경수 경남도지사, 서춘수 군수,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정현찬 농어촌·농어업 특별위원회 위원장,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사장,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장원 학생모심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함양 주거플랫폼 선도사업은 폐교 위기에 있던 함양 서하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주거·일자리·생활SOC가 결합된 '주거플랫폼'의 도입으로, 소외된 지역을 살리게 된 첫 사례로서 입주를 축하하고 함양군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해 개최됐다.
서하초 전학가정을 위한 다자녀형 10호, 함양군 거주 저소득가정 및 귀농귀촌인을 위한 2호 등 총 12호로, 농촌지역 특성을 반영해 제로에너지 특화설계를 적용했고, 자연체험이 가능하도록 세대 당 미니 텃밭이 갖추어져 있다. 이와 함께 어린이도서관, 공유부엌 및 다목적실 등 주민 커뮤니티 시설도 함께 조성된다.
특히, 국토부와 농식품부는 협약을 통해 각 부처 사업을 적극 활용해 농촌 공간의 체계적 정비, 주민 복지를 위한 주택공급, 생활SOC 확충 등이 함께 이루어지도록 협업하기로 했고, 이를 위한 시범사업을 금년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함양 주거플랫폼 선도사업은 지역균형 대전환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딛는 귀중한 이정표"며 "함양군 서하면 모델이 마중물이 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국가 균형발전의 노력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각 부처와 지자체가 협업하고, 역량을 한 데 모아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지난 2월 16일 함양군 박현기 혁신전략담당관이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토부 업무보고 이후 열린 토론회에서 함양 농촌유토피아 선도사업 추진성과와 향후과제라는 주제로 농촌유토피아 사업의 현황을 보고하고 비전을 설명하는 등 함양군의 농촌유토피아 사업이 현 정부의 국토 균형발전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 농촌유토피아와 아이토피아의 시작
함양군 농촌유토피아 사업의 시작은 폐교위기의 서하초등학교 살리기인 '아이토피아(아이+유토피아)'에서 출발했다.
10명 3학급 규모로 폐교 위기에 직면한 서하초등학교는 지난 2019년 11월 학교와 학부모, 함양군청 등이 나서 학부모에게는 주택제공과 일자리 알선, 학생에게는 매년 해외어학연수 기회와 장학금 수여 등의 10가지 혜택을 제시하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학생모심 활동을 펼쳤다.
학생모심위원회의 전국 설명회 결과 10명 모집에 서울과 부산, 대구, 전주 등 전국 대도시에서 75가구 144명이 전입 신청 의사를 밝혔으며 지난해 9월까지 총 53명이 전입했다. 전입가족에서 새로운 아이까지 태어나며 조용한 시골마을에 경사까지 겹쳤다.
이 같은 아이토피아의 성공을 바탕으로 함양군과 경남도, 학생모심위원회, LH,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이 농촌유토피아 사업의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구체화해 농촌지역 재생사업의 선도적 모델 마련을 위해 주거·일자리·생활 사회간접자본(SOC) 등 패키지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 첫 결과물이 지난 2월 27일 열린 함양군 공공임대주택 입주기념 행사로 전·입학생 가족들의 입주를 축하하고 주거플랫폼 선도 사례를 확산시키는 장을 마련했다.
▲ 민·관·공이 함께하는 농촌 유토피아
농촌 유토피아 사업은 관 주도가 아닌 민·관·공이 함께하는 프로젝트 사업이다.
지난 2020년 4월 7일 함양군청 대회의실에서 농촌 유토피아 선도적 실행을 위한 기본협약식이 열렸다. 경남도와 함양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함양 서하초등학교 학생모심위원회 등 민·관·공이 손을 잡은 것이다.
업무협약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서춘수 함양군수,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장원 서하초학생모심위원장 등이 참석해 협력을 약속했다.
이 협약으로 폐교 위기의 농촌 초등학교를 살려 쇠퇴하는 농촌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농촌재생 및 농촌 활성화를 위한 농촌 유토피아사업(함양 주거플랫폼사업)이 시작됐다.
협약을 통해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부응하고 농촌지역 쇠퇴 등 당면 과제를 해소해 조화로운 발전과 활력 증진에 이바지하고, 거버넌스를 구축해 상호 교류 협력하고 농촌 재생사업의 실행방안 마련과 사업계획 시행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9년 11월에는 함양군 지곡면사무소에서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김재현 산림청장,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장을 비롯한 정부, 지자체, 연구기관, 언론인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촌 유토피아 연구 추진 경과 및 상황을 공유하고 기관별 역할 분담에 등에 대한 현장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지난해 3월 5일 다볕자연연수원에서 LH, 농촌경제연구원, 함양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혁신워크숍을 갖고 구체적인 농촌 유토피아 사업을 협의 했었다.
▲ 지역으로 확산되는 농촌 유토피아
농촌 유토피아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지역 학교에까지 파급 효과가 일고 있다.
함양 안의중학교 역시 전교생 67명의 소규모 중학교로 지난 1970년대만 하더라도 27학급 1900여명의 학생이 공부하던 지역사회 중심 학교였다.
하지만 시골 학교의 학생 감소 문제는 비단 초등학교만이 아닌 중·고등학교까지 영향을 미치며 지난 2009년에 3학급으로 감소된 이후 지난해까지 유지돼 왔다.
농촌유토피아 사업으로 서하초등학교 학생수가 증가하면서 더불어 안의중학교 역시 올해 학생수가 대폭 늘면서 12년만에 5학급으로 학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 같은 학생 증가는 그 동안 학생 유입을 위한 자체적인 학교 교육 환경개선과 더불어 학교 홈페이지,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홍보, 그리고 총동문회와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학생 유치 노력과 함께 함양군의 다양한 인구늘리기 시책이 가져온 긍정적인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 농촌 유토피아 확장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함양군 농촌유토피아 사업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은 작은학교 살리기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26일 경남도는 농어촌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마을과 작은 학교의 상생을 도모하는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에 함양군 유림초등학교와 의령군 대의초등학교, 창녕군 유어초등학교 등 3곳을 선정 발표했다.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은 지난해 전국 최초로 경남도와 경남교육청, 시·군이 통합행정으로 추진한 사업으로 전국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구들을 경남도로 이주시켜 소멸 위기의 농어촌 마을과 작은 학교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유림초등학교 등 3곳에는 각 15억원씩 총 45억원이 지원된다. 경남도, 군, 교육청이 대상지별로 각 5억원씩을 지원한다.
이 외에 경남도와 지자체가 주택 제공 및 일자리 지원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이주민들의 안정적인 마을 정착을 유도한다. 도교육청과 학교는 학교별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 및 학교공간 혁신 사업 추진으로 차별화된 교육 환경을 조성한다.
특히 올해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사업에 참여해 공공임대주택 건립비의 80% 이상을 지원하고, 커뮤니티 공간도 함께 조성한다. 교육·문화 프로그램도 제공해 지역균형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계획이다.
▲ 농촌 활력·재생의 농촌 유토피아 완성
함양군은 앞으로 농촌 유토피아 사업을 더욱 확장시켜 우리나라 도농 균형발전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군은 1단계로 지난해 12월 국토부 공모를 통해 선정된 마을정비형 공공주택 건립사업을 오는 2024년까지 추진해 안의면 인근으로 전·입학하는 가족 및 귀촌자 등에게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2단계에서는 '일, 삶, 놀이' 등 다양한 기능이 결합한 완성형 농촌개발 모델 실현을 위해 '생활 사회간접자본사업과 지역 단위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국공립 어린이집, 작은도서관, 생활문화센터, 체육센터, 주민건강센터 등 생활SOC 복합센터를 연계하고, 주민, 전문가 등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렴해 지역의 자연문화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 발굴과 마을길 정비·주택 지붕개량·생활위생 인프라 확충 등 생활여건 개선사업 등도 함께 시행한다.
3단계에서는 일자리 지원주택 및 6차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농촌 유토피아 사업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6차산업 클러스터와 일자리 지원주택, 은퇴자 주거단지 조성 등 농촌 활력증진체계를 확립하고 농촌지역 재생을 완수한다.
6차산업 클러스터는 생산·가공·유통·체험 등 일자리 창출과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 육성을 위한 물류기능과 복합된 6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지역기업, 6차산단 입주기업의 종사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
또 의료·복지 생활권 개념을 도입해 은퇴자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등 농촌 활력증진체계를 확립하고 농촌지역 재생을 완수한다.
서춘수 군수는 "우리 함양군에서 전국 처음으로 시작된 '농촌 유토피아' 사업은 도시와 농촌의 상생발전은 물론 쇠퇴하는 농촌을 살리고 지속 가능한 농촌으로 재생하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농촌 유토피아를 더욱 확장시켜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인 도농 균형발전을 함양군이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k7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