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총회장서 맞붙은 '이재용 취업 제한·해임'···주주 '갑론을박'

주주 총회장서 맞붙은 '이재용 취업 제한·해임'···주주 '갑론을박'

이재용 해임 촉구에 김기남 부회장 난색 "같은 질문 지양 부탁"
"좋은 일 하고도 감옥살이 자체가 기가 막힐 노릇" 옹호
주총 안건 '박수' 통과 대신 '전자 표결'···온라인 생중계

기사승인 2021-03-17 17:11:37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2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공동취재단)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법무부 취업제한 규정으로 이사회가 직접 이재용 부회장 해임을 해야 했습니다."(시민단체 소속 주주)

"이재용 부회장은 그 자리를 꼭 지켜야 합니다. 좋은 일만하고 감옥살이하는 자체가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이재용 부회장 옹호 주주)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취를 놓고 주주 간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 부회장이 여전히 부회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취업제한 위반"이라고 시민단체 소속 주주들이 지적하자, "삼성전자는 대한민국과 함께하는 회사이고, 유죄를 받아도 도지사, 국회의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 부회장을 해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 부회장을 옹호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신을 참여연대 소속이라고 밝힌 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 유죄를 받고 형이 확정됐다. 그래서 상근에서 비상근으로 직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취업제한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사회가 나서서 이 부회장 해임을 의결해야하는데 실제로 논의가 있었는지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 주주는 특히 "금요일(19일)에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취업제한 문제를 논의하는데 준법위는 외부 기관이기 때문에 취업제한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은 안 된다. 이에 대해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17일 오전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2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열리고 있다.(사진 공동취재단)
이 부회장에 대한 취업제한 등 거취 문제에 대한 질문은 김기남 부회장과 고동진·김현석 대표이사 재선임안 처리 과정에서도 계속됐다.

시민단체 소속으로 보이는 한 남성 주주는 "앞서 이 부회장에 대한 거취 여부를 질의했었다. 그런데 그에 대한 답변이 없었다"며 "이 부회장은 뇌물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지금도 경영권 불법 승계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부회장직을 유지하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다. 이사회의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몰아 부쳤다.

그러자 김기남 부회장은 "회사는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 사업 결정 등 이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해 회사의 상황과 법 규정 등을 고려해 검토하겠다"는 사전에 준비한 듯한 말만 되풀이했다.

사외이사 선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해임 요구 질문이 이어지자 김기남 부회장은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원활한 주총 진행을 위해 같은 질문의 반복은 지양해 달라"고 부탁했다.

반면 이 부회장을 옹호하는 주주들은 "삼성은 대한민국과 같은 존재다. 이런 걸로 왈가왈부 하는것이 자존심 상한다"며 "포용을 하기고 부족할 판에 (시민단체의 이 부회장 해임 요구 등) 몰아 부치는 이유가 이해가 안 간다"고 옹호했다.

중년 남성 주주는 삼성의 사훈을 사업보국에서 준법경영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주주는 "삼성이 반세기가 넘도록 전·현직 임직원들이 노력해서 이만큼 왔다. 존경을 표한다"면서 "회사 사훈을 준법경영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준법경영을 사훈으로 삼고 다음 반세기를 향해 달려가기 바란다"고 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주총에는 900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올해는 지난해 코로나 감염 확산 등으로 400여명의 주주들이 온 것에 비해 갑절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는 주총장 곳곳에 열화상카메라와 손 소독제를 비치해 코로나19 감염 차단에 완벽을 기했다. 

삼성전자 제52기 주주총회장 입구에 길게 설치돼 있는 열화상 카메라.(사진=윤은식 기자)
올해 주총에는 그간 박수로 안건을 통과시켰던 모습이 사라지고 전자투표로 모든 안건을 처리했다. 삼성전자는 참석 주주들에게 전자표결 단말기를 지급해 안건을 처리하도록 했다.

52기 주총은 이 부회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주주 간 설전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약 4시간만에 끝났다. 사내·사외 재선임과 특별배당금, 올해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사외이사 선임 등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했다.

한편 지난해 '동학개미 운동' 이후 삼성전자 주주 수는 2019년말 56만8000명에서 지난해말 215만명으로 약 4배 불어났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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