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심신진 기자 =순이익이 70% 이상 폭락한 SK증권의 임원 연봉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회사 주요결정에 책임지지 않는 미등기임원의 상승폭이 컸다. 관련 업계에서는 ‘상식에 벗어난 일’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등기임원’이란 주주총회에서 선임하지 않은 이사를 말한다.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지만 주주총회 의결 없이 대표이사의 의사결정만으로도 해임할 수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증권(자본금 2382억원)의 미등기임원은 지난해말 기준 66명으로 전년대비 24명(57.14%) 늘었다. 이들의 연봉 총액도 2019년 116억원에서 지난해 200억원으로 71.79%(84억원) 증가했다.
이는 비슷한 규모의 증권사와 비교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다. 같은 기간 DB금융투자(자본금 2122억원)는 미등기임원을 4명 충원하는 데 그쳤다. 또한 이베스트투자증권(3351억원)의 경우 미등기임원은 늘어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 SK증권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 동력과 앞으로 가야하는 방향 쪽에 늘렸다. 책임경영을 강조하기 위한 임원 확충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임경영이라는 SK증권 주장과 달리 회사 실적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SK증권은 전년대비 75.59%(319억원) 폭락한 10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당기순이익도 2019년 331억원에서 지난해 92억원으로 72.21%(239억원) 급감했다.
반면 미등기임원을 증원에 소극적이었던 DB금투와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전년대비 각각 8.61%, 118.10% 늘어난 870억원, 15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각각 639억원, 1254억원으로 같은 기간에 비해 20.79%, 141.62% 증가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임원들은 철저히 성과제다. 순익이 줄었는데 미등기임원의 연봉이 올라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좀 이상한 것 같다. 상식적이진 않은 일”이라고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SK증권 측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SK증권 관계자는 “실적이 감소한 주요 부분은 파생상품 자기매매 손실이다. 200억원 가까이 손실이 나면서 전체 수익이 감소했다. 지난해 중간에 손실이 확정나면서 담당 임원을 해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원만 따로 공시를 하기 때문에 인원과 총액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 전체 임직원수와 임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타사 임원처럼 의사결정만 하는 개념이 아니다. 임원의 역할을 강조해서 현장에서 실무로 뛰는 형태로 본다. 그래서 임원이 많은 편이다. 급여도 급증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신 SK증권 대표이사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해임 등 미등기임원에 대한 인사조치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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