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황양택 기자 =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시민들의 발걸음이 투표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투표용지에 새겨진 선택에 후보의 능력이나 공약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은 그리 선명하지 않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정권에 대한 실망감과 후보자의 거짓해명 논란에 따른 피로감은 또렷했다. 일부 시민들은 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는 상황에 체념한 듯 무심한 태도도 보였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청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한 A(26·남)씨는 “투표에 참여하긴 했지만 후보가 누구인지는 잘 모른다”며 “서울에 오래 살아서 오세훈 후보는 들어봤지만 뽑고 싶지 않았고, 1번은 더불어민주당이라 싫었다. 다른 후보는 이름도 몰라 그나마 호감가는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후보보단 소속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경우도 있었다. B(34·남)씨는 “특정한 당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투표했다”며 “나머지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곳으로 골랐다”고 했다. C(40·남)씨 역시 “후보 보다는 상대당을 생각하며 투표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 시민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서로 다른 정당에 투표했다.
40대 여성 투표자 D씨와 E씨도 후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나마 나은 사람 같아서 선택했다”고 답했지만, 정작 표를 준 후보가 어떤 인물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웠는지에 대해선 알지도, 관심도 없는 모습이었다.
이외에 “더욱 도덕성 있는 사람에게 표를 줬다(47·남)”거나 “능력이 있어 보여서 뽑았다(70대·여)”, 혹은 “최근 민심에 따라 투표했다(30대·여)”는 등의 의견도 있었다. 이들 모두 후보의 능력이나 공약보다는 호감이나 느낌, 사회적 흐름에 좌우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측면에서 투표권 행사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이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내건 ‘정권 심판’에 동조해 표를 준 이들이었다.
한 60대 남성 투표자는 “큰 변화를 겪으며 뽑았던 정부가 정책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과 장관 몇 명 바뀌었다고 해묵은 문제들이 해결되기는 어렵다. 시간을 주고 지켜봐야 할 때 같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정국을 흔든 LH사태 등을 두고 “문제가 LH만 있겠냐”고 반문하며 “문재인 정권이었기에 이렇게 비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이전 정권이었으면 문제를 드러내지도 못했다”는 의견과 함께 지금의 정부정책 기조를 유지해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줘야한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반대로 50대 남성 투표자는 “현 정부와 여당에서 엉망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부동산 재건축 문제나 경제 정책 등에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오 후보를 뽑은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30대 투표자는 “부동산 문제를 비롯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독주가 가져온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오 후보나 국민의힘이 잘 한 건 없지만 현 정권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입장에서 표를 던졌다고 전했다.
왜 이처럼 공약이나 후보의 능력이 아닌 정당이나 인물에 대한 호감 등을 중심으로 투표를 하는 경향이 두드러질까? 이유는 한 30대 여성 투표자는 “1년 남짓 남은 임기에 무슨 공약이고 정책이냐. 할 수도 없고 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답변에서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이날 사전투표를 마치고 만난 10여명의 투표자들 마음과 유사했다.
단지 마음의 방향이 대체로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양단으로 향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 바에 의하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6대 4 정도로 다소 앞서는 경향이 관측됐다. 그렇지만 오 후보로의 쏠림이 앞서 발표된 여론조사 만큼 심하지는 않았다.
한편 사전투표는 3일 오후 6시까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첫날 사전투표는 111만2167명이 참여해 투표율 9.14%를 기록했다. 서울의 투표율은 9.65%(81만3218명), 부산의 투표율은 8.63%(25만3323명)이었다.
이는 가장 최근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첫날 최종 투표율(12.14%)보다는 낮지만, 2018년 지방선거 첫날 투표율(8.77%)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전투표율이 20%를 넘으며 역대 재·보궐선거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