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임시 민주정부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는 8일 성명을 통해 쪼 츠와 민 주영 미얀마 대사가 대사관에서 쫓겨난 것과 관련 영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CRPH는 “민 대사는 유일한 주영 미얀마 대사다. 아직 대사로서 권리가 남아있다”며 “민 대사가 대사관에 다시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민 대사는 7일(현지시간) 군부의 지시를 따르는 공관원 등에 의해 대사관 밖으로 쫓겨났다. 민 대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런던 한복판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저들(군부 세력)이 대사관 건물을 점령했다”고 이야기했다.
민 대사는 지난 2014년부터 주영 미얀마 대사로 근무해왔다. 미얀마 문민정부에서 임명한 인물이다. 지난달 미얀마 민주진영의 수장인 아웅 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 시민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군부는 쿠데타를 멈춰라”라고 말했다.
지난 2월26일에는 초 모 툰 유엔 주재 미얀마대사가 유엔 연설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며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세 손가락 경례는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영화 ‘헝거게임’에서 시민들이 독재에 대항하는 표시로 세 손가락을 드는 장면에서 유래했다.
툰 대사는 이날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은 군부가 아닌 미얀마 국민의 의해 선출된 문민정부를 대표하고 있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이어 “쿠데타를 즉각 종식하고 무고한 시민에 대한 억압을 멈춰야 한다”며 “국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국제사회가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호소했다. 툰 대사는 이후 군부에 의해 해임됐다.
한국 주재 미얀마 대사의 입장은 어떨까.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미민넷)에 따르면 문민정부가 임명한 딴 진 주한 미얀마대사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 등이 “시민 편에 서달라.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해달라”는 서한을 보냈지만 현재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대사관을 찾아 면담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미민넷은 지난달 진 대사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진 대사는 “주어진 일을 할 뿐 정치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범래 미민넷 공동대표는 “군부를 두려워 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국민들은 피를 흘리면서 싸우고 있다”며 “진 대사를 수치 고문이 굉장히 총애했다. 재한 미얀마인들은 진 대사가 군부의 편에 선 것에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대사관에 존재하는 무관부 때문에 대사들이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무관부에는 군부에서 파견한 군인들이 소속돼 있다. 군부의 영향력이 강한 나라이기에 문민정부일 때도 군인이 대사와 함께 파견됐다. 이번 주영대사가 쫓겨난 일도 무관부에서 움직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우리나라에는 서울 한남동에 대사관이, 서울 옥수동에 대사관 무관부가 따로 자리하고 있다. 주말마다 옥수동 무관부 앞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촉구하는 시위가 진행된다.
정 공동대표는 “무관부가 국내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는 미얀마 시민과 유학생을 감시한다는 의혹이 있다”며 “미얀마 군부가 발령한 수배서를 보면 현 거주지와 문신 여부 등 사찰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내용 등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족민주연맹(NLD)이 총선에서 압승했다. 그러나 군부는 총선 결과에 불복,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에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며 곳곳에서 민주화 시위를 벌였다. 군부는 실탄을 발포하며 시위대 진압에 나섰다.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8일 기준 614명의 시민이 군부에 의해 살해됐고 2857명이 구금됐다고 발표했다. 7살 어린이 등 미성년자 사망자도 최소 48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