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는다” 미얀마 시민이 군부에 맞서는 방법

“포기하지 않는다” 미얀마 시민이 군부에 맞서는 방법

기사승인 2021-04-13 13:58:52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주민들이 군부 쿠데타에 대한 항거의 표시로 11일 오후 7시30분을 기해 집안에서 일제히 손전등을 비추고 있다. AP=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미얀마 시민들이 군부의 탄압을 피해 다양한 방식으로 민주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11일 밤 미얀마 전역에서는 ‘손전등 시위’가 펼쳐졌다. 5분가량 손전등이나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 밤하늘을 비추는 방식이다. 군부에 대항하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날 시민들은 한곳에 모여서 불빛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각자 집에서 손전등 시위에 참여한 시민도 있다. 일부 가정은 불빛을 강조하기 위해 내부를 어둡게 했다.

▲미얀마 시민들이 강에서 시위를 진행 중이다. 현지 프리랜서 기자 제공. 
거리로 나서는 대신 강에 뛰어든 시민들도 있다. 같은 날 일부 시민들은 양곤강에 몸을 담그고 대형 현수막을 띄웠다. 군부의 체포를 피하기 위해 강 한가운데에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SNS에는 미얀마 이라와디강에서 목만 내민 채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시민들의 영상도 게재됐다. 세 손가락 경례는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미얀마에서 진행 중인 수박 시위. 미얀마나우 SNS 
조용한 시위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박 시위’가 대표적이다. 미얀마에서는 수박을 구입해 농민을 돕자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미얀마 수박은 중국으로 수출되는 핵심 품목이다.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중국은 미얀마에 수박을 낮은 가격으로 팔 것을 요구했다. 중국은 미얀마 쿠데타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얀마 내에서 반중감정이 상당한 상황이다. 미얀마 시민들은 수박을 둘러싼 무역 마찰을 중국의 ‘괴롭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위대와 이웃 등을 위해 식료품을 나누는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쿠데타 장기화로 미얀마의 경기는 침체됐다.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이 군부 진압으로 죽거나 다쳐 생활이 어려워진 이들도 있다. 이에 시민들이 나섰다. 길가에 채소와 과일, 곡물 등을 펼쳐놓고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들은 집에서 식료품을 가져와 기부했다.
 
미얀마의 한 도시에서 시민들이 식료품을 무료 나눔하고 있다. 미얀마나우 SNS
미얀마 시민들이 저항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익명을 요구한 미얀마의 프리랜서 기자는 “시민들은 지난 5년 동안 문민정부 아래에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주는 것을 알고 있다. 고맙다”고 전했다.
 
다만 현지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군부는 지난달 15일부터 시민들의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고 있다. 대형 건물 인근에서 일부 시민들이 인터넷 연결을 기다리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군부는 불심검문을 통해 시위 사진과 영상 등을 소지한 이들을 체포하고 있다. 프리랜서 기자는 “매일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몸을 숨기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2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R2P'라고 쓰인 머리띠를 두르고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의 약자인 R2P는 국가가 집단학살·전쟁범죄·인종청소·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뜻한다. 이 말은 보호책임을 방기하는 국가가 있으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족민주연맹(NLD)이 총선에서 압승했다. 그러나 군부는 총선 결과에 불복,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에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며 곳곳에서 민주화 시위를 벌였다. 군부는 실탄을 발포하며 시위대 진압에 나섰다.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12일 기준 710명의 시민이 군부에 의해 살해됐고 3080명이 구금됐다고 발표했다. 7살 어린이 등 미성년자 사망자도 최소 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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