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환경부를 재차 비판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조사권을 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참위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미승인 액체형 가습기살균제 판매 관련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참위에 따르면 한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 지난해 4월부터 지난 2월까지 일본산 가습기살균제와 가습기용 생활화학제품이 판매됐다. 이는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한 제품이다.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환경부는 미승인 가습기살균제가 판매되는 것을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생활화학제품 안전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미승인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판매되던 시기와 겹친다.
황전원 사참위 지원소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지금처럼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며 “환경부를 불러서 미승인 가습기살균제를 왜 적발하지 못했는지 확인하려고 했으나 사참위의 조사를 모두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9일 사회적참사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같은달 10일 종료 예정이었던 사참위의 활동 기간이 1년6개월 더 늘어났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업무 범위가 피해자 구제와 제도 개선으로 축소됐다.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 업무는 빠졌다. 최예용 당시 사참위 부위원장은 이에 반발해 사퇴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도 “사참위 목적이자 존재 이유인 진상조사를 중단시킨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논란은 시행령 개정으로 번졌다. 사참위는 시행령이 개정되면 진상규명뿐만 아니라 제도 개선과 피해 지원을 위한 조사 권한마저 잃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사는 업무 추진 방법 중 하나이지만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조사 권한이 제외됐기 때문에 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황 소위원장은 “법이 정한 취지와 맞지 않다. 환경부 측에서는 조사와 별개인 청문회와 감사원 요구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며 “법이 개정된 후 5개월 가까이 사참위의 업무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거의 활동 방해라고 생각된다”고 토로했다.
환경부 측은 활동 방해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법 개정에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진상조사가 제외됐다. 이에 따라 시행령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참위는 현재 가습기살균제 관련해 조사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권한이 없는데 자료 요청에 응할 수 없다”며 “‘협조’ 요청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 회신했다”고 전했다.
지난 1994년 유독물질이 함유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출시됐다. 2011년 판매중지 처분이 내려질 때까지 유독물질에 노출된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다. 지난 16일 기준, 정부에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7419명이다. 이 중 1653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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