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오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2021년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은 앞서 아세안 10개국 정상을 모두 초청하는 데 동의했다.
아세안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미얀마 사태의 해법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별회의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미얀마 사태 논의를 제안하며 마련됐다.
비판 여론은 높다. 정상 자격으로 회의에 초청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군부에 대항해 세워진 민주 진영 ‘국민통합정부(NUG)’는 22일 국제범죄경찰(인터폴)에 회의에 참석하는 흘라잉 사령관을 체포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다만 실제 체포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우리나라 시민사회단체도 흘라잉 사령관의 회의 참석을 규탄했다. 101개 단체가 모인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은 같은 날 주한인도네시아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흘라잉 사령관의 회의 참석 거부 ▲NUG 미얀마 정부로 인정 ▲미얀마 시민의 편에서 쿠데타 문제에 개입할 것 등을 요구했다.
SNS에서도 #ASEANrejectSAC #ASEANacceptNUG 등의 해시태그가 번지고 있다. 각각 아세안은 미얀마 군부 최고기구(SAC)를 거부하라는 뜻과 NUG를 일원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비판 속에서 시작될 정상회의에서 성과는 나올 수 있을까. 아세안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10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회담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이다. 아세안 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왔다. 특별 정상회담을 요청한 것도 이례적이다. 지난 2014년 태국 군부 쿠데타 때는 아세안 의장국이었음에도 침묵을 지켰다. 미얀마 최대 투자국인 싱가포르와 의장국 브루나이, 말레이시아도 미얀마 문제 해결에 목소리를 내는 국가로 전해졌다.
나머지 국가는 ‘내정간섭 불가’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있다. 태국과 필리핀은 정상 대신 외교부 장관이 참석한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갈린다. 일각에서는 정상들이 불참하며 미얀마 군부에 대한 압박이 약해질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쿠데타를 계기로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빠지며 미얀마 군부 비판 수위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형종 연세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얀마 최고사령관을 아세안 회의에 초청한 것은 국제 사회가 군부를 인정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비판의 여지가 있다”면서 “군부를 전면 배제했을 경우, 아세안 입장에서 대화와 모종의 압력을 행사할 통로가 원천차단될 수 있다. 내부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얀마 문제는) 한 번의 회담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새로운 대화 통로를 만들고 향후에도 이를 유지한다는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아웅 산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족민주연맹(NLD)이 총선에서 압승했다. 그러나 군부는 총선 결과에 불복,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에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며 곳곳에서 민주화 시위를 벌였다. 군부는 실탄을 발포하며 시위대 진압에 나섰다.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22일 기준 739명의 시민이 군부에 의해 살해됐고 3370명이 구금됐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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