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상황에만 찾는 장애 비유...비하 의도 없으니 괜찮다?

부정적 상황에만 찾는 장애 비유...비하 의도 없으니 괜찮다?

기사승인 2021-04-28 06:16:09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장애인 비하 용어가 사회에서 문제의식 없이 계속 쓰이고 있다.

시민단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7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사용한 ‘외눈’ 표현이 장애 비하 발언이라고 규탄했다. 연구소는 입장문을 통해 “비하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외눈이라는 신체적 특성에 관한 단어를 ‘편향성’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담아 사용했다는 점에서 장애 비하 표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 32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도 26일 오후 성명을 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금이라도 추 전 장관은 장애인과 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기를 바란다”며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고 하지만 듣는 이는 불쾌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3일 자신의 SNS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언급하면서 “‘외눈 언론이 양눈으로 보도하는 뉴스공장을 타박하는 건 잘못이다”는 글을 올렸다.

국회의원 사이에서 추 전 장관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외눈 표현을 문제삼자 추 전 장관은 되려 반박했다. 추 전 장관은 국어사전에 ‘외눈’은 ‘짝을 이루지 않고 하나만 있는 눈’을 일컫는 명사라는 점, 접두사 ‘외-’는 ‘한쪽으로 치우친’이라는 뜻도 있다며 “오독(誤讀)하고 왜곡한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올바른 장애용어 및 표현을 위한 언론 가이드북’.

추 전 장관 설명과 달리 외눈은 오래전부터 부적절한 용어로 분류됐다. 지난 2013년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낸 ‘올바른 장애용어 및 표현을 위한 언론 가이드북’에 따르면 외눈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부적절한 용어다. 장님, 봉사, 소경, 애꾸(눈), 사팔뜨기, 청맹과니도 마찬가지다. 이듬해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간한 ‘장애인 인식개선 가이드’(공무원용)에서도 외눈을 쓰지 말아야 할 용어로 분류했다. 

외눈 뿐만 아니다. 깜깜이도 장애인 단체의 문제 제기에도 널리 쓰이는 표현 중 하나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깜깜이 감염’, ‘깜깜이 환자’ 등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지난해 8월31일 “‘감염경로 조사 중인 사례’로 표현하는게 맞을 것 같다”고 발언했다. 시각장애인이 차별적 용어에 대해 개선을 요청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관련 소식에서 깜깜이 표현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정치인들이 장애 비하 표현을 쓰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나온다. 장애인 단체는 지난 20일 곽상도·김은혜·허은아 국민의힘 의원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1인당 1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4명의 국회의원들은 외눈박이, 꿀먹은 벙어리, 집단적 조현병, 절름발이 표현을 공식 석상이나 개인 SNS 등에 썼다.
장애인 단체들이 지난 20일 ‘장애 비하 발언’을 한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공익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김용구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은 “관용적인 표현이라 하더라도 이런 용어 사용으로 장애에 대한 사회 인식이 부정적으로 굳어진다. 대체 용어가 있다면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맞다”며 “외눈 대신 편향적 의견이라고 써도 충분히 의미가 전달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에게 정치적 영향력 있는 인물이 비하 표현을 자제하고 대체 용어를 쓰는 리더십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꼬집었다.

장애 비하 표현을 맞닥뜨렸을 때 당사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김 소장은 “눈먼 돈, 절름발이, 깜깜이… 이런 표현을 접할 때마다 장애인 분들은 한마디로 ‘마음이 안 좋다’고 하신다”면서 “장애가 어딘가 부족하고, 개선이 필요하고, 부정적인 상황을 비유할 때만 쓰이는 것 아닌가. 당사자 입장에서 장애는 평생을 함께 가야할 동반자다. 부정적 의미를 가진 채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두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하 의도가 없었다는 말을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속담이 있죠. 의도가 있건 없었건 이런 용어 사용이 결국 차별을 조장하고 누군가에게 상처 준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시민사회단체와 장애계에서 지치지 않고 문제 제기하고 주의 환기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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