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서에서는 백신 예약을 독려하면서 미(未)접종자는 사유서를 제출하라고 것으로 확인됐다. 사유서 제출은 견책에 해당하고 인사평가에 반영된다. 또 일대일 면담을 하거나, 경찰서장이 직접 경찰서를 돌며 ‘나도 맞았는데 아무렇지도 않다. 그러니 빨리 접종하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별로 다른 기관과의 접종률을 비교하며 예약 현황 보고가 이뤄지는 것도 무언의 압박이다. 지난 27일에는 서울 동대문경찰서장이 직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경찰청이 ‘희망자만 맞으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줬다”면서 “동대문서는 전 직원이 다 맞도록 하자”고 강요해 논란이 됐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26일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압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청장은 전국 18곳 시도경찰청 청장이 참석한 화상회의에서 예약률이 낮은 곳을 일일이 호명했다. “백신접종 예약률이 저조한 시도경찰청은 직원들이 더 많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독려해 달라”고도 강조했다.
부작용 사례는 전국 곳곳에서 나온다. 26일 경남에서는 백신을 접종한 50대 경찰 공무직이 15분만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기저 질환도 없었다. 같은날 백신을 접종한 충남 아산경찰서 소속 40대 직원은 다음날인 27일 시력이 감퇴되고 손발 저림 증상이 발생했다. 지난 21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 소속 한 30대 경찰관은 접종 후 손발, 다리가 붓는 증상을 호소해 병원에 입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도 불만이 빗발쳤다.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라도 발생하면 국가에서 책임질 건가”, “초등학생이 봐도 협박”, “시간별 예약률 확인까지 하는 상황을 보면 경찰이 아니라 불법 다단계 회사 같다. 경찰 직원은 윗선의 개인실적을 위한 상품이 아니다”는 성토가 잇따랐다.
사회필수인력 접종이 갑자기 앞당겨진 게 불안의 불씨가 됐다. 경찰, 해양경찰, 소방 등 사회필수인력은 지난 26일부터 AZ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장은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사회필수인력 대상 예방접종은 6월에 계획하고 있었지만 30세 미만 접종을 중지하면서 일부 (백신) 물량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일정을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30세 미만 접종이 중지된 이유는 부작용 논란 때문이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예방전문위)는 30세 미만의 경우 백신 접종으로 유발될 수 있는 희귀 혈전증으로 인한 위험에 비해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크지 않다고 봤다. 예방전문위는 2분기 접종 일정을 재개하되 30세 미만은 접종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의 집단면역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2분기 접종 대상자 중 30세 미만 64만명분의 백신이 남게 되자 사회필수인력 접종을 앞당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 공무직 노조 관계자는 “원래대로 6월에 접종을 진행했으면 불만이 이렇게 높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세계 20개국 가까이 AZ 백신 접종을 중단하고 최근 시민의 기피 현상이 심화됐다. 그러자 갑자기 2달이나 앞당겨 희망 여부 관계없이 의무 접종하라고 하니 불안감이 높은 것”이라며 “내부에서는 ‘폐기할 백신을 돈 아까워서 경찰에 다 소진하려 한다’ ‘우리가 마루타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 지휘부는 실적 쌓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왜 불안이 높은지 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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