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은 2일 전국 중등교원 92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개정 법률안이 담고 있는 무자격 기간제 교원 도입에 대해 응답 교원의 94.88%가 ‘반대’(매우 반대 87.85%, 반대 7.02%) 입장을 밝혔다.
반대 이유를 묻는 문항(주관식)에 교원들은 ‘교사 전문성을 상실하고 교사의 질 하락을 초래’, ‘학생 인성과 지식 교육을 위한 자격을 갖췄는지 인증 필요’ ‘국가 자격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답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더불어민주당·인천 연수갑) 의원은 특정 교과에 한해 해당 분야 전문인력을 시간제로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지난달 9일 발의했다.
오는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학생들이 자기 진로에 맞는 과목을 신청해 수강해야 하는데, 중등교원 자격증 표시 과목은 68개뿐이라 인공지능(AI) 같은 신산업 분야 과목을 가르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 역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총뿐 아니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연맹) 역시 반대한다. 교사노조연맹은 지난달 26일 성명을 내 “고교학점제 실시를 빌미로 도입되는 한시적 무자격 시기간제 도입이 교직에 대한 무분별한 개방으로 교사 전문성을 훼손시키고 교육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사노조연맹은 대안으로 기존 교사들에게 다과목 교수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 투자를 제안했다. 또 AI, 드론, 코딩 등 신산업기술은 각 학교에 해당 전문가를 교사로 두기보다 지역별 센터를 두고 관심을 가진 지역의 여러 학교 학생들이 이 센터를 이용해 전문 과정을 밟을 수 있게 하고 이를 정규수업 시수로 인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교사노조연맹이 지난해 10월 유초중고 교사 61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교원자격증이 없는 전문가를 교사로 임용하는 초빙형 교사제에 반대 의견이 98.8%에 달했다.그러나 국민 여론은 다르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지난해 10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2만4,6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이 다양한 내용을 배울 수 있도록 전문가에게 교사 자격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는 문항에 일반 국민 80.5%, 학부모 83.4%가 찬성했다.
교육부는 엄격한 기준 통해 자격 갖춘 사람만 기간제 교사로 채용한다는 입장이다. 교원의 조건으로 ▲박사학위 취득 ▲대학에서 2년 이상 교육 경력 ▲교육부 별도 교육 이수 등 제한조건을 설정하면 교원단체에서 우려하는 무분별한 기간제 확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장경주 교사노조연맹 정책기획국장은 “개정안의 기간제 교원 임용 기준을 보면 박사학위 취득 및 학교에서 2년 이상 교육경력을 가진 자 외에도 이와 유사한 자격이 있는 자, 특정 분야 전문성이 있는 자, 교육감이 따로 정하는 자격기준에 해당하는 자 까지도 가능하다”면서 “사실상 자격이 무한대로 넓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기획국장은 “고교학점제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교원 확보, 교사 재투자가 필요하다”며 “교육부는 이를 위해 예산 증대를 하는 것이 아닌 지금 배정된 예산안에서 돈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정책만 찾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