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권에 따르면 돈을 넣어두고 관리하는 성격의 정기 예·적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중도 해지된 정기 예·적금 통장 개수는 843만1537개로 2019년보다 105만643개(14.2%) 늘었다.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많다.
중도 해지된 예·적금 금액 역시 201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총 113조 4502억 원어치가 해지됐다.
정기 예·적금을 중도에 깨면 본래 약속했던 금리보다 훨씬 적은 이자만 받는다. 그럼에도 중도 해지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가 늘고 낮은 금리 대신 고수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가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통합비교 공시에 따르면 예금은행들이 운용 중인 정기예금 상품 47개 중 세후 기준 이자율 1%(1년 기준)를 넘는 상품은 4개에 불과하다.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같은 영향 등으로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줄고 있다. 지난달 말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614조7991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2조8814억원이나 줄었다. 최근 2년을 기준으로 최대 폭의 감소세다.
반대로 투자자예탁금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77조9018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썼다.
지난달 28~29일 진행된 SKIET 일반인 공모주 청약에는 사상 최대인 80조9017억 원의 증거금이 모이기도 했다.
올 초부터 투자 광풍이 불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14곳에 몰린 하루 거래대금은 24조원(15일 기준)을 돌파했다. 유가증권시장(9조4261억원)과 코스닥시장(9조7142억원)의 3월 일평균 개인투자자 거래금액은 약 19조1000억원 수준이다. 가상자산 투자 규모가 국내 주식시장 거래액보다 5조원 가까이 많은 셈이다.
50대 주부 김모씨는 "어버이날을 맞아 자녀들이 준 용돈으로 주식을 하고 있다"면서 "적금은 열심히 만기를 채워도 이자가 너무 적어 주식이나 가상화폐 쪽으로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40대 유모씨는 "1년 모은 예·적금 이자보다 가상화폐로 버는 돈이 더 많은 것 같다"면서 "투자로 손해를 볼 위험도 있지만 재미도 있어 주변 사람들도 예·적금보단 가상화폐 투자를 늘리는 추세"라고 했다.
다만 신용대출 또한 폭증하고 있어 '빚투(빚내서 투자)'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4월 말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42조2278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6조8401억 원 급증했다. 시중은행 집계 이후 최대 월간 증가폭을 보인 작년 11월(4조8495억원 증가) 이후 5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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