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자유토론 게시판에는 5일부터 6일 오전까지 70여개의 글이 게재됐다. 충북 제천여성도서관의 남성 이용 허용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이다. 한 시민은 “인권위의 결정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여성도서관의 설립 의의 및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도 “여성 전용 공간에 굳이 여성들이 등록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느냐. 나를 해치지 않고 내가 왜 두려워하는지 이해하는 사람과 있다는 편안함은 다른 공간에서 느끼기 어렵다”며 “여성들의 의견을 묵살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같은 날 제천여성도서관에 남성도 출입할 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를 지난해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제천시는 권고를 수용, 남성에게도 도서 대출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했다.
제천여성도서관은 지난 1994년 고(故) 김학임씨의 기부로 설립됐다. 고 김씨는 여성으로 살면서 느낀 교육 기회 차별을 해소해달라며 삯바느질로 모든 전 재산을 11억원을 기부했다. 2011년 한 20대 남성이 “공공도서관이 여성 전용으로 운영되는 것은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도서관 측은 1층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북카페로 개방했으나 인권위는 권고를 수용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제천시는 “기증자의 뜻에 따른 것이며 1.5㎞ 인근에 시립도서관이 있다”고 반박했지만 인권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서관뿐만이 아니다. 인권위는 경기 안산 단원구 선부동 행복주택 입주자 청년 몫 지원자격을 여성으로 한정한 것에 대해서도 차별이라고 봤다. 인권위는 앞서 안산도시공사에 “차별의 예외 사유로 볼만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 합리적 이유 없는 성별에 따른 차별행위로 보인다”고 시정을 권고했다. 안산도시공사는 입주자 모집 시 성별 구분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선부동 행복주택은 미혼 여성 노동자를 위한 임대 아파트인 ‘한마음아파트’를 재건축한 건물이었다.
주거는 여성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는 비판도 나왔다. 여성 전용 주택은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지어진 시설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이를 해체하는 것은 여성 안전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학 전문가는 남녀가 평등히 안전한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동일한 주거 공간에서도 여성이 느끼는 불안함과 두려움은 남성과 같지 않다”며 “성적인 차이를 인정하는 게 차별은 아니지 않냐는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안심주차장, 여성귀가서비스 등 여성 안전을 위한 적극적 조치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여성 전용 시설을 모두 없앨 만큼 여성과 남성의 안전이 동일한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여성전용도서관에 대해서는 “공공시설에서 여성이 안전을 침해받는 경우는 크지 않을 것 같다”면서 “설립자의 의도에 반하는 내용을 권고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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