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인턴기자=정치권에서 던진 ‘여성 징병제’를 두고 20대가 ‘양성평등’과 ‘여성권리보호’ 등으로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이대남‧이대녀의 갈등을 의도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야권 대선후보의 입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15일 남녀 모두 1년의 군 복무를 받는 ‘남녀 공동복무제’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하 의원은 “남성과 여성의 차별이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가부장적인 군대 문화를 혁신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로 평가받는 20대들은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지난 4월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여성 군 복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이 중 만 18~29세가 ‘여성 군 복무’에 찬성하는 비율은 49.1%로 나타났다.
반면 반대한다는 의견은 46.7%로 집계됐다. 찬반 의견 비율 차이는 2.4%p로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안이다.
실제 20대 대학생‧청년들은 여성 징병제에 관해 다양한 생각을 밝혔다. 우선 찬성표를 던진 20대들은 여성이 군 복무를 통해 기존의 성 역할 관념을 깰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한 여대생은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의무가 정해져 있어 군 복무는 남성만의 의무로 여겨졌다”며 “하지만 요즘 20대는 성별에 따른 의무를 굉장히 어색하게 생각한다. 남성만 군 복무를 하는 구조에서 탈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학생은 “우리는 명백히 휴전국이고 만약의 경우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남성과 여성을 나눌 수 없다”며 “국방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신세를 진다는 사회적 관념이 깨지지 않는다면 남녀평등 실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찬성 의사를 밝혔다.
한 남자 대학생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여성은 군 복무에서 제외되면서 ‘2등 시민’ 취급을 받아왔다”며 “군사훈련을 통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고 일정 기간 국가를 위해 일하면 지금까지 남성에 의해 씌워졌던 2등 시민 프레임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표를 낸 20대들은 국가가 여전히 여성 인권을 보장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권리 보장은커녕 오히려 희생만 강요한다는 논리다.
한 여대생은 “얼마 전에도 군대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고 재발 방지 대책 또한 마련되지 않았다”며 “군 복무를 통해 양성평등을 실현하겠다 주장하면서 다른 중요한 군대 내 여성인권은 하나도 해결된 게 없다”고 질타했다.
다른 20대 남성은 “성평등수준을 OECD 평균 이상으로 높인 이후에야 여성에게 군 복무를 요구할 수 있다”며 “여성의 권리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가 여성에게 국방의 책임 운운하며 강요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 일부에서 이를 의도적으로 정쟁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군 급식‧공군 성추행 논란 등으로 불거진 군복무 이슈가 단순하지 않은 탓이다. 결국 이대남‧이대녀의 갈등을 ‘여성 징병’이라는 간단한 해법으로 풀려고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6일 비대면 기자간담회를 통해 “여성 징병 공약은 과거로 가는 네거티브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남성이 고통받으니 공평하게 여성도 군대에 보내자는 생각보다 더 미래지향적 방법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역시 지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인구절벽시대에 여성까지 징병하면 사회를 어떻게 유지하나”라며 “인구절벽시대의 대선 주자라면 군 규모 유지가 아닌 현실적인 대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여대생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금 군대는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다. 군대 환경을 개선하기는커녕 무조건 여성을 군대에 보내 불만의 목소리를 막아보려 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남녀평등군복무로 또 다른 차별과 불만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의 보다 자세한 결과는 데이터리서치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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