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맵)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1일 ▲말라리아 치료제 알테수네이트 ▲암 치료제 이매티닙▲면역질환 치료제 인플릭시맵 등 3개 성분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환자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WHO에 따르면 이들 약물은 독립적인 전문가 패널로부터 입원 중인 코로나19 환자의 사망 위험을 감소할 가능성을 인정받아 검토 대상으로 선정됐다. 검토를 위해 52개국의 600여개 병원에서 수천명의 연구자가 협업할 예정이다.
3개 성분 가운에 인플릭시맵은 셀트리온의 램시마와 같은 성분이다. 램시마는 셀트리온이 개발·생산하고 있는 존슨앤드존슨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지난 2012년 국내에 출시됐으며, 북미·중남미·유럽 등 글로벌 시장도 진출한 상태다.
해외 연구진 사이에서는 램시마가 코로나19 환자 치료 효과를 발휘한다는 기대가 지난해부터 꾸준했다. 램시마를 유통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6월 영국에서 마크 펠드만 옥스퍼드대 박사와 함께 램시마를 활용한 코로나19 치료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펠드만 박사는 앞서 지난해 4월 국제학술지 랜싯(Lancet)에서 코로나19 치료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 억제제를 활용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TNF-알파 억제제는 염증을 유발하는 ‘TNF-알파’를 억제하데, 램시마도 이 중 하나다.
램시마는 이미 의료 현장에서 상당기간 처방된 만큼, 안전성이 담보된 의약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펠드만 박사가 주도한 임상시험은 영국 현지의 버밍엄대학 병원(UHB), 버밍엄 국립보건연구원 생명연구센터(The Birmingham NIHR BRC), 옥스퍼드 국립보건연구원 생명연구센터(Oxford NIHR BRC),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국립보건연구원 생명연구센터(UCL NIHR BRC) 등 4개 기관에서 시행됐다.
임상시험은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지난해 11월 연구진이 Lancet에 게재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77명 가운데 인플릭시맵을 투여해 염증을 감소시키는 ‘항 TNF 요법’을 사용하지 않은 환자들의 48%가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으며 12%가 사망했다. 그러나 항 TNF 요법을 받은 환자는 인공호흡기 지원이 필요하지 않았으며,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항 TNF 요법이 코로나19 환자의 염증반응을 줄이고, 중환자가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거나 사망하는 비율도 개선할 것이라는 연구진의 가정이 들어맞은 것이다.
다만, 셀트리온 측은 현재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램시마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약물재창출할 계획은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WHO의 검토 결과와 관계 없이, 렉키로나와 mRNA 백신 등 현재 회사가 연구개발 중인 의약품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감마, 델타 등 코로나19 변이체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만큼,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렉키로나의 효능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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