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현지에서 한국을 도왔던 협력자와 그 가족 378명이 26일 오후 한국에 도착했다. 전체 입국대상은 391명이다. 나머지 13명은 다른 한국군 수송기를 타고 조만간 입국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한국 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등에서 근무했다. 입국 인원에는 10세 이하 어린이와 노약자가 상당수 포함됐다. 김만기 국방부정책실장은 같은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영유아가 100여명, 6세~10세 인원이 80여명”이라고 전했다.
아프간인들은 충북 진천 혁신도시에 위치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6주간 머물 예정이다. 인재개발원 앞에는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합니다. 머무는 동안 편하게 지내다 가시길 바랍니다’이라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한글과 영문, 아랍 문자로 각각 쓰였다.
아프간인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지만은 않다. 인재개발원 인근 주민들은 우려를 표했다. 치안에 대한 걱정과 이질적인 이슬람 문화, 아이들에게 끼칠 영향 등이다. 인재개발원에서 350m 떨어진 곳에는 주거단지가 조성돼 있다. 700여m 거리에는 초등학교와 학원이 자리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A씨(36·여)는 “어려운 이를 돕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문화가 달라 불안한 점도 있다. (현지에서) 아이와 여성이 박해받는다는 기사를 봤다”며 “아이 학원이 인재개발원 근처에 있다. 6주가 지난 다음, 아프간인들의 거처가 정해지지 않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던 이모(37·여)씨도 “아프간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서 “혁신도시에는 아이들이 많다. 치안이 잘 지켜질지도 모르겠고 테러리스트가 섞여 들어올까 무섭다”고 이야기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컸다. 초등학교 인근에서 만난 김모(45)씨는 “잠시 체류하는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정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며 “이슬람문화는 우리와 맞지 않는다. 자녀들이 받게 될 영향도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른 지역서 받길 꺼리는 사람들을 자꾸 인재개발원으로 보내고 있다”면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다른 지역으로 이사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자녀와 함께 하교하던 박모(여)씨는 “아프간인 대부분이 이슬람을 믿는다고 들었다.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혁신도시가 한창 발전하고 있는데 지역 이미지가 안 좋아질 것 같다”고 했다.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우려된다는 점은 같았다. 윤지연(20·여)씨는 “우리나라도 (과거 다른 나라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면서 “탈레반이 향후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테러를 벌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아프간과 이슬람 문화권에 대해 갖는 불안함에 대해 이해하지만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치안을 살펴보면 2019년 경찰청 통계 기준 외국인의 범죄율은 1.28%다. 내국인의 범죄율(3.04%)에 비해 절반가량 적었다. 이슬람 문화권이나 난민이 아닌 전체 외국인에 대한 통계다.
김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실제 통계를 보더라도 무슬림의 범죄가 높다는 것은 편견”이라며 “앞서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때도 여러 우려가 나왔지만 사회적 문제가 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낯섦에서 오는 편견을 버리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국적·종교를 떠나 모두 ‘사람’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 비율이 거의 5%에 달한다. 공존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조정현 성공회대학교 이슬람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전 세계에서 이슬람을 믿는 인구는 19억명이다. 이중 탈레반, 알카에다, IS 등 급진적인 사상을 가진 폭력 단체는 굉장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슬람 내부에서도 이들은 ‘깡패’ 집단으로 비판받는다. 이슬람 문화권을 모두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001년부터 아프간에서 서구식 교육이 활성화되고 여성의 사회참여도 늘었다”면서 “이번에 입국하신 분들은 한국과 협력했던 이들이다. 탈레반과는 분명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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