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아프간인 협력자들과 그 가족 377명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입소했다. 이들은 전날인 26일 오후 한국군 수송기편으로 귀국했다. 입소자 중 231명은 미성년자로 전해졌다. 전체의 61%다. 만 6세 이하 어린이는 110명이다.
현지 상황은 긴박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 예상보다 빠르게 진입했다. 주아프간 대사관 공관원 대부분은 지난 15일 제3국으로 철수했다. 현지인 직원에 대한 이송이 계획돼 있었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최태호 주아프간 대사와 김일응 주아프간 공사 참사관 등은 지난 17일 마지막 교민의 탈출을 도운 후 카타르로 탈출했다. 김 참사관은 카불을 떠나며 현지 직원들에게 “한국으로 이송하기로 한 계획대로 꼭 하겠다” “방법을 생각해 알려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속은 실현됐다. 김 참사관을 포함한 공관원 3명과 주아랍에미리트 대사관 무관 등 4명이 지난 22일 카불로 향했다. 험지를 탈출한 지 닷새만이다. 아프간인들의 국내 이송을 위해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송 대상자에게 연락, 카불 시내에 모처에 집결하도록 했다. 이후 버스를 이용해 공항에 극적으로 진입했다. 순탄하지는 않았다. 탈레반 측에서 버스의 이동을 막아 13시간 동안 카불 공항 주변에 멈춰서기도 했다.
김 참사관은 국내 이송 과정에서 함께 일한 아프간인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주저 없이 험지로 다시 향한 김 참사관에게 찬사를 보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국민이 아니지만 지켜야 할 사람들을 데려오기 위해 외교관들이 다시 카불로 향하는 장면은 영화 ‘모가디슈’보다 더 극적”이라며 “사람들은 위험하면 빠져나온다. 그러나 역진하는 이들이 있다. (…) 외교관은 교민을 위해 끝까지 남는다. 그리고 이번처럼 다시 험지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김 참사관에 대해 “중동과장 시절 차분하고 성실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던 이”라고 회상하며 “그가 영웅이라는 게 아니다. 당연한 일을 한 것이지만 마음과 정성을 다했으리라는 것을 안다. 동료인 그가 그저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임상우 전 주마다가스카르 대사도 SNS를 통해 “김 참사관은 첫인상이 좀 과묵해 보이고 남 앞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임 전 대사는 “아프간 대사관 직원들이 카타르로 대피한 후 조력자들을 데리고 나오기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를 거듭할수록 대사관 직원이 다시 카불로 가지 않으면 구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확해졌다”면서 “김 참사관이 일말의 주저함 없이 자신이 다시 카불로 가겠다고 강력히 이야기했다. 3명의 다른 실무 직원들도 같이 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외교관뿐만이 아니다. 국방부는 군 수송기를 지원, 특수임무단 66명을 급파했다. 특수임무단 장병들은 과다 인원 탑승으로 탑승좌석이 부족해지자 아프간인들에게 좌석을 양보했다.
국방부는 “동맹국인 미국의 전폭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성공)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캐나다 등 우방의 카불공항 경계지원, 파키스탄 정부의 공항 사용 협조, 인도·말레이시아·캄보디아·태국·베트남·필리핀 등의 영공 통과 승인 등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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