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3일 대선 직후 예정된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한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각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연료비 인상으로 당장 전기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다는 에너지업계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경제 부담이 우려가 커 요금 인상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경제계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에너지업계는 전기 생산비용 자체가 올라 더 이상 전기요금 동결은 어렵다고 호소한다. 향후 원료비가 낮아지면 가격 재조정하더라도 올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미룰 수 없단 입장이다. 에너지업계가 그동안 손실을 감수했으나, 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해 예정대로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20일 메리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0조원 이상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액화천연가스(LNG)·석탄 등 연료 가격 원가는 크게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계속 동결된 탓이다. 2분기 전기요금이 인상 되더라도 높은 연료 비용으로 적자는 면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지난해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전력생산에 쓰이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국제유가 등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요금에 반영한다는 취지다. 다만, 연료비 조정요금 운영지침에 유보조항을 둬 정부가 최종 판단해 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정부는 지난해 전 분기에 걸쳐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국제유가 상승 등 연료비 상승 요인이 생겼지만, 국민물가를 고려한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1분기 역시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대선 직후인 2분기부터는 요금을 인상한다.
에너지업계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은 긍정적이나 정부의 계속된 전기요금 유보 결정으로 전기요금 조정에 대한 국민 불신은 높아졌다고 지적하면서 유보조항 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연료비 연동 전기요금 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달성을 위해 에너지 요금 현실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15일 열린 전력정책포럼에서 “재량보다 준칙에 기초한 유보가 될 수 있도록 연료비 연동제 정부 유보조항 개선이 필요하다”며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체계가 정상 작동했다면 2021년 4분기 전기요금은 kWh당 4.7원가량 올라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가변동요인을 적시에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한 상하한 변동 폭 확대, 적용 유보에 따른 전기요금 미수금 보전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봉걸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기후환경비용은 앞으로 크게 오를 텐데 이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계속 누적된다”며 “원가 연계형 요금제을 통한 전기요금 현실화로 탄소중립 달성을 앞당기고 전력망·신재생에너지 투자 여력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소제조업 등 경제계는 요금 인상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커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목소리내고 있다. 원전을 적극 활용 향후 전기요금 인상 요인까지 줄여야 한다고도 부연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제조업 총 제조원가 중 전력비용 차지 비중은 2009년 1.09%에서 2016년 1.56%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특히, 뿌리산업 및 섬유 직물산업 중소제조업 경우, 제조원가 대비 전력요금 비중은 업체당 평균 12.2%에 달한다. 현행 전기요금체계서 중소기업 94%가량이 요금 부담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전기를 많이 쓰는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부담은 큰 게 사실이다”며, “특정 제조업종의 경우는 전기요금이 소폭이라도 오르면 제조원가와 직결돼 요금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을 위한 전용 전기요금제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제계는 탄소중립에 동의하면서도 전력 생산단가가 낮은 원전을 활용해 안정적인 요금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탄소중립에 다른 에너지 비용 증가 불가피...국민 공감대 형성 중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공존하는 가운데 국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제언이 나온다. 공론의 장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 배경과 이유를 설명하고, 향후 에너지 관련 계획과 방향성을 정확히 알린다면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고, 정부 재정으로 가격을 틀어막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결국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데 이를 위한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에너지 가격에 대한 공론의 장이 마련됐을 때 각 이익단체의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면서 정치·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또 한편으로 기업에게는 탄소중립을 향한 에너지 절감,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기술투자 및 전략개발 시급성·필요성에 대한 시그널을 명확히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