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물적분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주주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위한 물적분할이 필요하지만,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커 주주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CJ ENM, 세아베스틸 등이 최근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이다. 국내 배터리사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 확대에 따른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각각 물적분할했다.
기업분할은 회사가 자본을 들여 새로운 회사(법인)를 만드는 기업 활동을 말한다. 급변하는 경영 여건에 맞춰 기업 경쟁력 제고 및 건전성 확보를 위한 차원으로 법으로 기업분할을 보장하고 있다.
기업분할은 물적분할과 인적분할로 나뉘는데 분할 후 기존 회사 주주들이 신설회사 지분을 주식 보유 비율에 따라 배정 받으면 인적분할, 기존 회사가 신설회사 주식을 100% 가지면 물적분할이다.
최근에는 다수 기업이 물적분할로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과도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됐다. 과거 기업분할은 인적분할 방식이 다수였다. 물적분할하더라도 핵심사업보다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 위주 기업분할이 주류였고,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대한 자금 마련 목적이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들이 핵심 사업을 물적분할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각각 물적분할했다. 기업들은 글로벌 사업 경쟁력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향후 기업공개를 통해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와 대주주 경영권 강화 차원이 크다.
이에 주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핵심 사업을 보고 기업에 투자했는데 물적분할로 인해 직접 투자 기회마저 박탈당했다는 항변이다. 자금 조달 목적 차원이면 인적분할 방식을 택하면 되는데 굳이 물적분할을 택해 대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하고, 주주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한다고 비판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기업 물적분할이 다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근 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지배력 강화를 위해 물적분할 방식을 택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명목으로 내세우지만, 기존 주주에게 피해를 준단 사실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어 “분할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에는 기존 주주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자사주 소각, 대주주·일반주주 차등 배정 등을 통해 주주평등권을 구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최근 물적분할 움직임은 기업분할 제도를 악용한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은 보장해야 마땅하지만,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행태는 본질을 넘어선 남용이라고까지 표현하면서 주주를 보호하는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정무권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는 “그동안 기업분할은 거의 인적분할 방식으로 이뤄져왔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물적분할 사례가 늘었다”며 “물적분할은 위법사항은 아니지만,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 취지를 넘어 대주주 지배권 강화 및 편의를 위해 활용될 경우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악용 사례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적분할로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내는 등 얻는 효과가 분명 있기 때문에 그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도 “물적분할 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지는 등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경우는 막아야 하고, 이를 보완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는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