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단가 올라가도 재활용 플라스틱 만들어야죠.”
국내 화학업계가 친환경 추세에 발맞춰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친환경 흐름이 대세로 떠오르자 앞다퉈 친환경 기술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환경오염 주범이란 오명을 탈피하고, 미래 먹거리 사업에서 선점 효과를 누리려는 목적이 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다수 화학기업이 친환경 기술개발과 함께 ‘화학적 재활용’ 상용화를 선언했다. LG화학은 오는 2024년 국내 최초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 건립해 연산 2만톤 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내걸었고, SK지오센트릭은 고열로 분해 추출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정유·석유화학 공정에 지난해 9월부터 일부 투입하기 시작했다.
또 SK케미칼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적용한 ‘코폴리에스터’를 상업 생산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 ‘친환경 페트(Chemical Recycle,CR-PET)’를 출시 본격 시장공략에 나섰다.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을 위한 원천기술은 대다수 국내 기업이 확보하진 못했다. 하지만, 관련 기술을 확보한 세계 각국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이나 지분 투자 방식으로 앞다퉈 기술확보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초임계 열분해 원천 기술을 가진 영국 무라 테크놀로지(Mura Technology)와 협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0월 밸류체인 강화를 위해 무라(Mura)에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또 국내 공장 건립을 위해 기술 판권을 가진 미국 글로벌 엔지니어링·서비스 기업 ‘KBR’과 계약을 마쳐 국내 공장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미국 열분해 전문업체 브라이트마크와 손잡고, 울산에 대형 열분해 공장을 건립한다. 2024년 울산 열분해 공장 상업 가동을 목표다. 현재 일부 공정에만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투입하고 있지만, 공장 건립 및 기술개발 추이에 따라 투입량을 늘려갈 예정이다.
화학사들이 화학적 재활용에 집중하는 이유는 미래 먹거리 사업과 연관이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기계적 재활용에 그쳐 재활용 제품의 상품성 확보가 힘들었지만, 이제는 기술 고도화로 기존 제품에 상응할 정도의 품질을 뽑아낼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찾기 시작하면서 제품 공급선을 다양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다만, 새로운 공정이 추가된 만큼 생산단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적 재활용이라는 새로운 공정이 추가되면 자연스럽게 생산비용이 늘어나 가격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화학기업들이 친환경 제품 생산 집중하는 의도는 사회적 요구와 정부 규제 움직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해외기업들의 상당한 친환경 공급 요구가 있었다”며, “당장 모든 친환경 제품 생산은 어렵지만, 미래를 보고 투자하려는 기업들의 목적이 숨어있다”고 덧붙였다.
환경전문가들도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의 시장 경쟁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거라고 전망했다. 아직 일반인들이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을 체감하고 있진 않지만, 최근 트렌드를 보면 조만간 많은 제품이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동구 인천대 화학과 교수는 “난분해성 플라스틱을 화학적 재활용하는 초도 기술이 꽤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걸로 안다”며 “향후 추세를 지켜봐야 하지만,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은 분명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산단가는 올라가지만,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감안했을 때는 친환경 제품 생산을 늘리는 방향성은 맞다. 결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제도 마련이 중요한 과제다”고 덧붙였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해 국내 폐플라스틱 열분해 사업 활성화를 위해 매립시설 부지 50% 범위 내 열분해시설 등 입지를 허용하는 '폐기물시설촉진법' 시행령 개정을 연내 추진한다고 밝혔다. 아직 시행령 개정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초 연내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으나, 일정이 다소 늦어졌다”며, “2월쯤이면 시행령 개정이 완료될 것으로 보이고, 국내 열분해 사업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