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에 성공했다. 신설되는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상장사로 존속하고, 철강 사업 자회사는 비상장을 유지한다. 지주사 전환 시점은 3월 2일이다.
포스코는 28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기업 분할을 안건으로 상정해 원안 의결했다. 의결권 가진 주식수 기준 75.6%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했고, 출석 주주 89.2%가 찬성표를 던졌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의결에 앞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회사의 경쟁력 강화와 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 발언을 했다.
최 회장은 인사말에서 “미래 경영환경은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글로벌 저탄소 전환은 철강을 비롯한 기존 산업 경쟁력을 근본부터 흔들어 놓고 있다”며, “혁명적 환경변화에 능동 대응하고 회사를 지속 성장시키기 위한 경영체제 혁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회사 경영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철강 및 신사업 간 균형 성장을 가속화하고, 사업 정체성도 친환경 소재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 기업가치에 제대로 반영될 것”이라면서 지주회사 전환이 결국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차원임을 역설했다.
안건 의결에 따라 포스코는 3월 2일부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POSCO Holdings Inc.)’는 상장사로 존속하고, 직접 사업 전면에는 나서지 않고, 그룹 미래 포트폴리오 개발, 그룹 사업 개편 및 시너지 확보, 그룹 전반 ESG경영을 이끄는 역할을 수행한다.
철강 사업 자회사는 물적분할 후 신설된다. 지주사 포스코홀딩스가 철강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는 형태로 비상장법인을 유지한다. 또 철강 생산 및 판매에 대한 사업 연속성과 대내외 인지도를 고려해 신설 철강 자회사는 사명 ‘포스코(POSCO)’ 그대로 쓴다.
포스코는 이날 지주사 전환과 함께 2030 중장기 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철강기업이라는 과거 이미지를 탈피하고 친환경 미래소재 전문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차원의 계획들로 지주사를 중심으로 각사들의 경쟁력 제고 및 시너지 창출, 미래 신사업 발굴 및 육성 등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주축 사업인 철강은 친환경 흐름에 발맞춰 변화시켜가면서 새로운 먹거리 산업인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등을 핵심 기반사업으로 선정해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주주가치 훼손 없을 것”
“중대재해처벌법 피하기 목적 아냐”
의결에 앞선 주주 발언 시간에는 지주사 전환이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거란 확답을 요구하는 질의들이 여러 차례 나왔다.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에 따른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자 주주들 사이에서는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표명하는 여론이 나왔고, 포스코는 자회사 비상장 약속하면서 자회사 정관에 특별결의 조항을 넣었다. 그럼에도 경영진 교체 또는 경영 여건 변화에 따라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걱정에 나온 질의였다.
최 회장은 이에 대해 “자회사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모회사(포스코홀딩스) 이사회를 열어야 한다”며, “모회사(포스코홀딩스) 이사회 과반수가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고, 이들은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이들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운영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회사는 경영 연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경영인이 바뀐다고 정관을 바꿀 거라고 보진 않는다”며, “주주와 회사와의 신뢰 관계에 따라 유지될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또는 임기 연장을 위한 목적으로 포스코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주사 전환은 신사업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추진됐고, 잘못 이해하고 계신 것 같다”고 부정했다.
한편, 이날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는 포스코센터 앞 광장에서는 포스코 지주사 전환 반대 및 포스코홀딩스 본사 이전을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이날 아침 기자회견을 열고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 지주회사로 중대재해 책임과 불법파견 처벌을 회피하고, 이익만 독차지하려 한다”면서, “기업의 사회 책임은 비켜 가는 포스코 지주회사 전환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포스코 본사가 위치한 포항의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항의 집회도 열렸다. 포항시의회, 경북도의회를 비롯한 포항지역 단체들은 이날 오전 집회를 열고, “지주사 전환을 하더라도 포스코홀딩스는 서울이 아닌 포항에 적을 둬야 한다”는 취지로 항의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