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한 가운데 K-배터리 비약 성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동안 모기업 내에서 제대로 된 시장 평가를 받지 못한 배터리사들이 유가증권 시장에 본격 등장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급 배터리 기술을 가진 K-배터리사가 대규모 투자로 생산능력까지 확보하면 중국 CATL 아성을 뛰어넘는 건 시간문제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7일 코스피시장 상장 첫날, 단번에 시가총액 2위로 자리했다.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나 상장을 통해 확보한 투자금만 약 10조2000억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확보한 투자 재원으로 글로벌 거점의 생산능력 확대 및 차세대 전지 연구개발(R&D) 등 미래 사업에 주로 사용할 예정이다. 국내 오창공장 확장을 시작으로 전기차 배터리 핵심 수요처인 미국과 유럽 중심 생산능력 확대에 나선다. 또 배터리 경쟁국 중국 본진 공략에도 나선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지난 10일 기업공개(IPO)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CATL보다 수주잔고가 더 많은 걸로 안다”며 “향후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CATL을 추월할 것”이라고 중국 시장 공략 계획을 공식화했다. 또 “중국은 LG에너지솔루션의 제1시장이 될 것”이라면서 상대적으로 기술 장벽이 낮고 값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정면 승부를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분할한 SK온의 향후 기업공개(IPO)도 주목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10월 SK온을 출범했으나 특정 시점 기업공개(IPO)를 염두하고 이뤄진 게 아니고, 현재 기업공개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성장성과 수익성 개선 속도 등을 고려해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공개(IPO) 시점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전기차 배터리 시장 확대에 따라 대규모 투자는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내년 또는 내후년 무렵에는 SK온 기업공개(IPO)가 추진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이 아직 기업공개(IPO)를 추진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배터리 흑자전환이 이뤄지는 등 높은 평가 시점이 되면 기업공개를 본격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유가증권에 상장된 삼성SDI는 공격적인 투자로 몸집을 키우기보다 배터리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면서 내실 다지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젠5(Gen.5)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기대보다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기술력 고도화가 수익성 개선에는 효과적이란 판단에 신중한 투자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수익성 우위 전략을 바탕으로 충분한 현금 동원력을 확보하고, 향후 도래할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은 생산능력 확대 등 양적 팽창보다는 품질 개선·안정성 강화 등 질적 성장에 보다 초첨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에 생산능력 더하면...‘삼원계 배터리’, 최후 승자 가능성 커
K-배터리 3사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쳐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기술력이다. 지난해 배터리 화재로 인해 일부 배터리사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주력 상품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다. 삼성SDI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사업성이 없다고 보고 아예 검토마저 하지 않고 있다.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술 난이도가 높아 쉽게 시장 진입이 어렵고, 시간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최근 주목된 이유는 안정성과 가격경쟁력 때문인데 K-배터리사가 생산능력을 대규모로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화재 방지 기술까지 갖춰 나간다면 결국 최종 승자는 리튬이온 삼원계 배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생산능력이 늘어나면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되고, 값싼 가격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사들과 경쟁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연간 50GWh 이상 생산능력을 갖추면 원가 절감 효과가 난다고 보고 있다.
또 최근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1위 중국 CATL이 부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K-배터리사들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 중 하나다. 중국 내수시장을 배경으로 빠른 성장을 해온 중국 배터리사 CATL은 최근 자국 내에서도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한국 배터리사들과 손을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발전에 한계성이 있는 모델로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가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또 전고체 배터리의 기반이 되는 건 리튬이온 배터리이고, 향후 10년 정도까지는 배터리 수요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K-배터리사 비약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화재를 방지하는 기술 확보는 남은 과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증권신고서에 제품 품질 향상 및 공정 개선을 위해 경상 투자금 총 9851억원을 2024년까지 투자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에는 배터리 화재를 방지하는 기술에 대한 투자도 포함됐는데 향후 기술력만 확보된다면 현장에 적용하는 건 어렵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서도 총 6191억을 배정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한 생산능력 확대뿐 아니라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마련된 재원을 화재 방지 등 기술 개발에 어떻게 쓰는지가 더욱 중요하고, 결국 배터리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K-배터리의 높은 성장세를 전망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 18일 분석 리포트를 통해 “최근 한국 이차전지 업체들의 시장 지위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면서, “SK온의 가치는 빠르게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성장 국면 2.0에 진입했고, NCM(니켈·코발트·망간) 대세론과 넘버원 배터리 기업으로 위상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