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노조 파업 돌입 46일째를 맞는 11일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고 있다. 택배노조는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통해 사측이 대화에 나설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고, 사측은 택배노조의 불법 점거에 대해 고소 조치를 하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직접 대화에 나서라는 택배노조 요구에 CJ대한통운 측은 사용자성을 부인하면서 대화 자체를 거부하자 전날 택배노조가 급기야 대한통운 본사를 불법 점거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 입장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1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앞에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산하 각계 노조들이 모여 택배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선언과 함께 CJ대한통운에 대한 비판을 쏟아 냈다. 1시간여 결의대회 이후에는 CJ 본사까지 가두행진하면서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CJ대한통운을 규탄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언론과 자본에서는 몇 푼 돈에 집착하는 폭력 집단으로 (택배노조를) 매도하고 있지만, 비판받고 혼쭐나야 할 자들은 CJ대한통운 자본”이라며, “노동자의 목숨 값으로 자녀에게 부를 재물림하려는 탐욕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CJ 자본이 소중한 노동자 목숨 값을 탐욕스럽게 뺏으려 한다”며 “자본의 탐욕에 무릎 꿇으면 노조를 갖지 못한 이전 노예의 삶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지난 30년간 단 한 번도 택배 요금을 올리지 못했던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에 따라 270원 택배 요금을 올렸음에도 74원만을 택배 노동자의 처우개선에 사용했다”며 “나머지 200원은 어디 갔냐고 물어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46일 동안 ‘대화하자’, ‘얼굴 좀 보자’, ‘검증하자’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막강한 자본을 앞세워 버티면 이긴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사측 태도를 비난했다.
결의대회에 앞서 진보정당 정치인의 택배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선언도 잇달았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CJ대한통운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사회적 합의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낸 택배 요금으로 재벌의 배를 불리려는 의도는 결코 아닐 것”이라며, “택배 노동자들이 오죽하면 어쩌면 형사처벌을 받을 각오까지 하고 사무실을 점거하고 대화를 촉구했겠느냐”고 강조했다.
반면, 사측은 불법 점거로 피해를 준 택배노조와의 타협은 없다면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전날 저녁 재물손괴·건조물 침입·영업방해 등 혐의로 고소를 진행한 데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재택근무로 전격 전환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불법 점거한 노조원들의 집단폭력과 위협으로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보호하고 있고, 불법 점거로 인해 본사 사무실의 코로나 방역체계가 붕괴돼 건물 전체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며 “경찰에게 본사에 대한 시설보호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임직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택배노조의 합리적이지 않은 요구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가장 모범적인 택배사업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도 택배노조에 대한 불법 점거를 지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전날 택배노조 점거를 불법으로 판단하고 “택배노조 진입 과정에서 본사 정문이 파괴되는 등 회사 기물이 손괴됐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행위도 발생한 바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택배노조는 근거가 부족한 파업명분을 내세우며 집단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의 사회적 합의 위반을 주장하면서 택배기사 수수료 인상을 요구해 왔으나, 지난 1월 국토부의 사회적 합의 이행상황 점검 결과 CJ대한통운은 ‘양호’하게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는 걸로 밝혀졌다”고 꼬집었다.
한편, CJ대한통운 본사 건물을 무단 점거 중인 택배노조는 13일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어 파업 지원을 위한 채권 구매 등을 결의할 예정이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