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마다 한 번꼴 중대재해”...중대재해법 실효성 의문

“닷새마다 한 번꼴 중대재해”...중대재해법 실효성 의문

수사 인력 턱없이 부족...현장선 전문성 문제 제기
중재법 공포 마케팅으로 작용...법조계 돈벌이 전락
“예방 컨설팅 해줄 산업재해 전문가, 국내 100명 안 돼”

기사승인 2022-02-18 06:00:16
중대재해처벌법 가이드북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0여일 만에 중대재해가 최소 4건 이상 발생했다. 닷새마다 한 번 꼴로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어 법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 재해 사건 수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일각에서는 전문성 있는 수사도 진행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재정여력이 부족한 50인 이상 100인 미만 중소 사업장 대부분은 중대재해 처벌에 대한 부담을 안으면서도 속 시원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절치부심이다. 게다가 중대재해처벌법이 공포 마케팅으로 작용하면서 법조계에서는 예방보다 책임 회피를 위한 컨설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실효성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한 ‘중대재해’는 공식 확인된 건만 최소 4건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수사와 관련된 상황은 공유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지만, 지난달 29일 경기 양주에서 발생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 이달 8일 요진건설산업 시공 판교 공사장 추락사고에 이어 11일에는 한화그룹과 DL그룹의 합작법인 여천NCC 폭발사고로 사망자가 나왔다. 또 지난 11일과 12일 전남 담양 한솔페이퍼텍 공장과 인천항 컨테이너터미널에서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법 시행 이후 닷새에 한 번 꼴로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수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수사에 대한 전문성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과 함께 본부 조직을 개편하고, 지방노동청에 7개의 광역중대재해관리과를 신설했지만, 그동안 산업재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던 전문 인력은 제한적이다. 올해 고용부 산업안전감독관 정원은 814명으로 현재 정원의 90%이상을 채웠지만 나머지 인력은 3월말 충원된다. 또 대부분 다른 업무를 맡다가 배치된 인력들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용노동부가 주도해 중대재해처벌법 수사를 담당하는데 과연 이들이 전문성을 갖춘 인력인지 의문”이라며 “현재 수사를 담당하는 인력 대부분은 산업재해 이외 업무를 수행하던 공무원들로 한 두 달 교육 후 현장에 투입된 걸로 안다. 산업 현장을 제대로 모르면서 선무당이 사람 잡는 건 아닐지 심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공포 마케팅으로 작용해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재정 여력이 부족해 대형 로펌의 컨설팅은 언감생심인데다, 그나마 노무 전문 변호사들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대상에 오른 한 기업은 착수금으로만 수 억 단위를 지불했는데 중소기업들은 한 번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경기도 한 지역 산업단지에서 50인 이상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경영책임자는 “대부분 중소기업은 한 번에 큰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안전대책 마련할 여건이 안 된다”며 “지역노동청에서 수차례 교육을 진행하고, 관련 자료들도 보내왔지만 사업장에 어떻게 적용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관계자는 “노무 분야 변호사라고 해도 산업재해에 특화해 소송업무를 맡아오지 않았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안전대책을 수립해주기는 어렵다”며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언론을 통해 부각되면서 일부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노무 전문 변호사들에게 대응방안을 문의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사실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현실을 전했다. 이어 “막연한 불안감에 일부 기업들은 많은 비용을 내고서도 제대로 된 법률·노무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 노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일종의 특가법(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해당하고, 대부분이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한다”며 “위험성 평가부터 안전 진단 등까지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의 변호사나 노무사가 법 취지에 맞게 안전 대책 및 중대재해 예방 조치를 설계해줄 수 있는데 이들은 아무리 넉넉잡아도 국내에 100명도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이 아닌 예방 목적이 더 크다고 강조하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공포법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예방보다는 사업주가 책임을 회피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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