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업계가 폐배터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로 전기차 폐배터리가 늘어날 걸 대비해서다.
배터리 재사용뿐 아니라 핵심 원료를 빼내 생산공정에 재투입하는 등 사업이 폭넓게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는 법 개정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보관해오던 폐배터리를 민간에 매각할 수 있게 되면서 사업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폐배터리 사업에 착수했다.
배터리 시장 분석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리사이클링(Recycling) 시장은 2030년 6조원에서 2040년에는 66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전 세계 전기차(BEV+PHEV) 폐차 예상 대수는 2030년 414만대, 2040년 4636대로 배터리 용량 기준으로 따지면 2030년 345GWh, 2040년 3455GWh 규모다.
사용 후 배터리를 이용하는 방식은 재사용과 재활용으로 나뉜다. 재사용(reuse)은 회수한 폐배터리를 고쳐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등으로 전용하는 방법이고 재활용(recycling)은 폐배터리를 분해해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하는 방법이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두 방식 중 ‘재사용’ 방식이 접근이 쉽지만, 향후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 원료 추출을 통한 재활용 방식 활용도가 높다.
배터리 3사 중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SK온이다. SK온은 재사용, 재활용 모두 균형감 있게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11월 SK에코플랜트 등과 재사용 운영 협약을 체결했다. 기아자동차 ‘니로EV’ 사용 후 배터리 6개를 재사용 300KWh(킬로와트시)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구축했고, 이를 SK에코플랜트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재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폐배터리 재사용 효용성 등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재활용 기술 확보에도 앞서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SK온 모회사)은 2019년 폐배터리 양극에서 ‘수산화리튬(LiOH)’을 회수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추출하는 기술은 상용화됐지만 고순도 수산화리튬 형태로 회수하는 기술 개발은 최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니켈, 코발트 등에서도 더욱 많은 원료를 뽑아낼 수 있을 걸로 기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자체 개발보다는 배터리 재활용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업체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북미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Li-Cycle)’과 폐배터리 재활용 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분 2.6%를 확보해 재활용 니켈 2만톤을 2033년까지 공급받기로 했다. 지난달 31일에는 독일 ‘벌칸 에너지(Vulcan Energy)’와 수산화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해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수산화리튬 4만5000톤을 공급받는다.
삼성SDI는 지난 2019년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피엠그로우에 지분을 투자했다. 지난 2020년부터는 폐배터리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천안 및 울산사업장 공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 순환 체계를 구축했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은 국내 재활용 전문 업체를 거쳐 황산 코발트로 재생산하고 이를 소재업체가 전달받아 삼성SDI의 원부자재로 일부 재투입하고 있다.
향후 헝가리, 말레이시아 등의 해외 거점에서도 유사 형태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짐에 따라 수명을 다한 전기차 폐배터리를 통해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이 생기고 있다”며 “2025년 이후부터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폐배터리 시장이 생겨날 것에 대비해 배터리업계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다 보니 대안 차원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이 일부 고려되고 있는 걸로 안다”며 “이에 더해 최근 탄소중립에 따라 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기업들이 친환경성을 부각하기 위한 아이템을 찾고 있고, 폐배터리 사업이 주목받는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폐배터리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K-배터리 발전 전략’을 발표해 폐배터리 산업 육성 의지를 피력했다. 올해 1월부터는 전국 4개 권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던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를 정식 운영에 돌입했다.
또한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으로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가 폐배터리를 수거해 민간에 매각할 수 있게 돼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