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이 테슬라와 협력 개발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생산 공장 건립에 나서면서 글로벌 배터리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양사가 개발한 배터리 ‘4680’은 이르면 올해 양산에 돌입하고, 국내 배터리사들도 원통형 배터리 시장 개화에 대비해 개발속도를 낼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배터리 제조사인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80’을 공급하기 위해 미국 내 배터리공장 건립 절차에 착수했다. 테슬라가 새 공장을 짓고 있는 텍사스주와 가까운 오클라호마주나 캔자스주에서 공장 부지를 물색 중으로 2024년 3월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이와는 별개로 테슬라는 연내 미국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4680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를 생산할 방침이다.
테슬라가 개발한 원통형 배터리 ‘4680’에 주목하는 이유는 값싸고 효율 좋은 배터리로서 배터리 시장에서 압도적 우의를 점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파우치형에 비해서 에너지 효율이 낮지만, 기존보다 성능을 크게 개선한 만큼 시장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모양에 따라 각형, 원통형, 파우치형으로 나뉜다. 제조 공정은 같지만 어떤 모양으로 포장하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또 에너지 밀도와 생산공정 방식 및 난이도 등에서도 차이가 있다.
테슬라는 사업 진입 초기부터 원통형 배터리를 채용해왔다. 원통형은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는 파우치형에 비해 뒤떨어지지만, 제조 단가가 낮고 단단한 외관으로 인해 폭발 위험성이 낮아 보급형 배터리로서 효용성은 높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20년 9월 지름 46㎜·높이 80㎜ 크기의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80’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효율성이 낮은 기존 원통형 배터리 성능을 높여 경쟁력을 갖추겠단 선언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4680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 양산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공개한 ‘4680’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21700)보다 물리적으로 부피가 크고, 에너지 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높였다. 기존 21700 보다 주행거리가 16%가량 늘었다.
업계는 ‘4680’이 배터리 폼팩터 시장을 뒤흔들 ‘게임 체인저’가 될 거라고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제조 단가를 낮춰야 하는데 이번에 개발된 ‘4680’ 배터리가 이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각형, 파우치형을 채용하는 완성차업체들도 조금씩 원통형 배터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7일 발간한 ‘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테슬라가 2020년 배터리데이에서 공개한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4680)는 올해 양산을 앞두고 있다”며 “대량 양산에 성공할 경우 전기차 배터리의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유의미하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자연은 “4680 배터리는 새로운 화학적 조성 외에도 전기차 배터리에 기술 혁신의 여지가 존재함을 시사한다”며 “4680 출시 이후 전기차·배터리 업계의 이슈는 배터리 폼팩터(형태)나 생산원가에 보다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테슬라의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 시점에 맞춰 국내 배터리사들도 연구개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원통형 보다는 각형과 파우치형에 집중하고 있는데 테슬라의 차세대 배터리가 흥행할 경우에는 배터리 폼팩터 전환이 불가피할 걸로 보인다.
테슬라에 21700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와 출력을 높인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원통형을 생산하는 삼성SDI도 배터리 시장 변동에 대비 중이다. 테슬라형 원통형 배터리 공급 여부는 확인되지 않으나, 원통형 배터리 생산 비중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손미카엘 삼성SDI 전략마케팅 전무는 지난해 11월 컨퍼런스콜에서 “원형전지는 사이즈가 표준화돼 있고, 기존 완성차업체도 수요가 커지고 있어 EV용 원형전지 시장 규모는 2026년경 180기가와트시(GWh)까지 연 20% 성장할 전망”이라며 “21700 외 다양한 원형 전지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대형 원통형 4680은 이르면 2022년, 늦어도 2023년에 테슬라에서 채용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2025년이면 중대형 파우치·각형과 더불어 주요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4680 공급 여파로 파우치와 각형 배터리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축소될 우려도 있다”며 “(원통형 배터리) 호환품을 한중 배터리 제조사가 양산해 테슬라나 다른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배터리사 성장의 관건”이라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